베넷, 아산연 공개 강연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 제기
"北 핵·미사일, 개발 과정서 실패 적어… 중·러 기술 지원 의심"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내 반대 부딪힐 것… 기술적 한계도"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5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정책 포럼에서 '핵전력의 이해'를 주제로 공개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5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정책 포럼에서 '핵전력의 이해'를 주제로 공개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Bruce Benett) 선임연구원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북한이 단 1기의 핵무기라도 반출할 생각이 있는지를 놓고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감안해가며 협상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베넷 연구원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핵전력의 이해'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 포럼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정권은 당 고위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핵포기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 관해서는 김정은이 모든 권력과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김정은은 그만한 파워가 없다"며 "자기가 모든 걸 마음대로 결정한다는데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특히 무기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숫자를 30~60기 가량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파괴력에 대해선 2017년 9월 실험한 것이 55Kt(킬로톤·1Kt은 TNT 1000톤의 폭발력)가량 된다면서 이 폭탄이 서울에 떨어질 경우 318만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북핵 개발 과정에 외부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과거 미국과 소련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실패가 많지 않았다. 외부의 지원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 "1990년대에 100명의 소련 과학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북한은 최근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시험 발사도 실패를 겪지 않고 성공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대는 중국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북한 혼자 이뤄낸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주한미군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한국 국민들은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했다"면서 "미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반입하려고 해도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술핵이 배치되는 지역은 북한의 최우선 타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거셀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기술적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정치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농축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추출해서 농축하는 데까지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면서 "추출·농축 후에는 무기 개발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것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국의 핵무장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면 원점 타격이 어려운 미국의 핵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만하다고 제안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5/20191015020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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