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前 연합사령관 "美만 北核 대응무기 보유…전작권 美가 보유해야"

"북 핵무장으로 한·미 재래식 억지 모델 위기에 처해"
"美 지휘부만이 전쟁 시나리오 구상에서 핵 역량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

 

버웰 B. 벨 <사진>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은 11일 "한·미 양국 중 미국만이 북한의 핵 위협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미가 추진 중인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벨 전 사령관은 이날 주미특파원 출신 언론인 모임인 한미클럽에 보낸 서한에서 "오직 미 군사 지휘부만이 전시 작전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와 시행을 위해 핵 역량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벨 전 사령관은 당초 "한국 정부가 미국 지휘권 하의 연합군에서 한국군이 지휘하는 새로운 사령부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지지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핵과 발사체를 계속 개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판단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체계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검토한 뒤, 한·미가 오랫동안 의존해온 재래식 억지 모델이 위기에 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북한은 한·미와의 전면전 대결에서 최소한 국지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능력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벨 전 사령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2월 주한미군사령관에 취임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6월 후임인 월터 L. 샤프 사령관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벨 전 사령관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정책은 더이상 전략적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도 북한과의 전쟁은 재래식과 핵을 동시에 동원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지금까지 논의한 '전작권 전환'이 한반도에서의 전투 관점에서 볼 때는 더 이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북한은 최소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역량을 갖췄다고 봐야 하며, 향후 북한과 한·미 간 전면전이 발생하면 핵공격까지 감행할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북핵에 핵으로 맞설 수 있는 능력은 한·미 중 미국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능력을 갖춘 미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어야 한단 것이다.

앞서 벨 전 사령관은 지난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뒤, 공개서한을 통해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를 가지고 한국과 미국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직접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더이상 전작권 전환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먼저 한국 정부에 전작권 전환의 영구적 연기를 제의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종료하기 전까지 앞으로 북한을 억지하고 필요시 격퇴하는 군사적 노력에 대한 주도적인 책임을 맡는 것은 미국"이라고도 했다.


☞버웰 B. 벨 전 사령관 : 2002년 12월부터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으로 재임하다 2006년 주한미군사령관에 취임했다. 1979년과 1980년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기갑장교로 복무한 적이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주축인 3군단장으로도 근무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상당히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