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무협상 애걸했으면서 빈손… 중대조치 재고하게끔 우릴 재촉"
ICBM·핵실험 유예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를 연일 압박
美 첨단 정찰기 '조인트 스타스' 한반도로… 北 무력시위 가능성 주시
 

한반도 정찰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의 모습.
한반도 정찰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미 공군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의 모습.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유럽 6개국이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규탄한 데 대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위협했다. 북한은 대미 평화 공세에 나선 작년부터 ICBM 발사와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중대 조치'로 선전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최대 외교 치적'으로 과시했다. 최근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급소'를 찌르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유엔 안보리가 최근에 진행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시험 발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우리의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한 조치만을 걸고 드는 것은 우리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같은 수준에서 (ICBM 시험 발사로) 맞대응해줄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의 대응 행동이 불필요하거나 시기상조라는 판단 밑에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SLBM 발사를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미국과의 모라토리엄 약속을 깰 수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북한은 "실무협상을 애걸하고는 빈손으로 나왔다" "뒤돌아 앉아 추종 국가들을 사촉(사주)한다"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5일 '스톡홀름 노딜' 직후부터 "끔찍한 사변"을 운운하는 등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노골화하고 있다. 전날 새로 공개한 기록영화에 ICBM 발사 장면을 다수 포함시키는 등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 인민군들이 노동당 창당 74주년인 10일 평양 만수대 언덕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북한 인민군들이 노동당 창당 74주년인 10일 평양 만수대 언덕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실제 한·미 군 당국은 노동당 창당 기념일 등과 맞물려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이날 미 공군의 첨단 지상 감시 정찰기인 E-8C 조인트 스타스(J-STARS)가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를 출발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8일에도 특수 정찰기 RC-135S(코브라 볼) 1대를 가데나 기지에서 출격시켜 동해 쪽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추가 SLBM 도발이나 ICBM 도발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둥대 동북아학원 비앙다(畢穎達) 부원장은 9일 중국망에 기고한 글에서 "스톡홀름 비핵화 회담 결렬로 비핵화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며 "미국이 대북 제재·연합 훈련을 하고 북한이 대응 조치에 나서면서 ICBM 시험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1/201910110017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