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머니 홍길순(87)씨 등을 맞은 평양음악무용대 교수 김옥배(62)씨는 객실로 들어오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아이구 엄니”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눈물을 흘리던 김씨는 큰 절을 하며 “어머니 보고 싶어서 한 숨도 못 잤다”고 말했고 “그려, 그려”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 홍씨의 얼굴도 눈물 범벅으로 변했다. 어머니 홍씨는 김씨를 부둥켜안고 “너 시집갈 때 주려고 마련한 것”이라며 지난 30년간 고이 간직해온 백금 반지를 김 교수 손에 끼워주기도 했다.

북한예술계 첫 여성박사인 김씨는 지난 93년에 취득한 예술학 박사 학위 인정서와 98년 발급된 교수인정서를 어머니께 보여주며 자랑했다. 홍씨는 “돋보기 어디있느냐. 자세히 좀 보자”며 학위인정서와 교수인정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씨는 또 홍씨에게 ‘54년전 아버지의 유서’를 전달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46년 병으로 눈을 감기 전 옥배씨에게 ‘옥배야, 내가 오래살지 못할 것 같다. 너는 맏딸이니 내가 없더라도 가족을 이끄는 역할을 잊지마라. 곧 해방이 될테니 해방 후엔 나라를 이끄는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라고 쓰인 A4 크기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홍씨는 “유서를 남겼다는 것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김씨는 “어머니에게 밥이라도 한 끼 지어 대접하고 싶은데…”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규현기자 while@chosun.com

/김수혜기자 s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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