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 30%가 북한산… 순도 높아 高價"

中서 원료밀수, 北 국가차원 제조… 단둥·다롄 등 통해 한국에 밀반입
검거된 유통책 총 100명에 육박
북한 당국의 유통 개입 확인되면 '反국가단체 지원' 혐의 적용 가능
당국, 조직 윗선 추적 위해 北中 접경까지 수사 확대
 

경찰이 북한산(産) 필로폰 등을 투약·유통한 마약 사범 수십 명을 최근까지 검거, 검찰에 넘긴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경찰 등은 북한산 필로폰 유통 조직의 윗선을 추적하기 위해 북·중 접경 지역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7일 "올해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필로폰 등을 투약·유통한 탈북민 등 19명을 지난달까지 검거, 이 중 구속된 4명을 포함해 18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거된 이들 대다수가 탈북민·외국인이지만, 내국 개인 또는 조직 개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거된 마약사범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유통·투약한 마약의 원산지를 '북한'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학제품인 필로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원산지 추정이 어렵지만, 마약사범들 진술이 일치하고 있어 출처를 따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조책과 주요 유통책 등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 대상 지역을 중국 단둥과 다롄, 웨이하이, 선양을 비롯한 북·중 접경 지역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경찰청은 이번 수사에 '마약수사대' 대신 '보안수사대'를 투입했다. 간첩·산업스파이 등 '국익 침해 범죄'를 주로 다루는 조직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북한산 마약 문제가 아주 심각하거나, 북한산 마약의 국내 유통에 북한 정부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들여다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산 마약이 국내에 유통되는 과정 그래픽

서울경찰청을 포함한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이 검거한 북한산 마약 유통 사범을 모두 합하면 규모는 1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경찰 등의 판단이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북한산 마약의 유통을 차단하면서, 중국을 통해 마약을 들여오는 유통선(線)을 발본색원하는 게 수사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필로폰은 원재료 단계에서부터 중국→북한→중국→한국의 경로를 밟아 국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한다. 북한은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염산에페드린을 중국에서 밀수해, 이를 평양·흥남 등 곳곳에 설치된 국가·개인 생산 시설에서 필로폰으로 만든다. 생산된 필로폰은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 등을 통해 다시 선양·다롄·칭다오·웨이하이 등으로 퍼져 나간다. 단둥·다롄에서는 선박을 통해 인천항으로,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선박은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유통책들은 전과(前過)가 없는 보따리상 등을 활용해 필로폰 등을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선양·칭다오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실린 '항공화물'도 북한산 마약 밀반입의 주요 루트다. 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다. 지난해엔 중국 옌지에서 출발해 필로폰 100g을 밀반입한 혐의로 임신부 A씨 등 일당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임신부에 대한 세관 검색이 허술한 것을 이용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마다 마약을 들여오는 루트가 다양해 정확히 어디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북한 내부의 마약 제조는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 등 군부 조직이 마약 생산과 해외 밀매에 적극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연간 아편 40여t과 필로폰 등 합성 마약 3000여㎏을 생산·판매해 1억~2억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엔 중국에서 마약을 몰래 팔던 북한 국가보위성(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 요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이 한국에 유입된 필로폰의 제조·유통 과정에 북한 당국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할 경우, 검거한 유통책 등에는 '반(反)국가단체 지원'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경찰은 현재 북한산 마약 조직 내 중간급 간부에 해당하는 유통책의 신원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탈북자들의 해외 활동에 대한 증거 수집이 쉽지 않은 데다, 중국인·북한인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 조직을 특정하거나 이들의 활동을 포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코카인이나 아편은 농산물이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정확한 원산지를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필로폰은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하는 기술자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경찰이 '북한산'이라고 확정 발표하지 않는 이유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물이나 작업 환경, 기술자의 제조 방식에 따라 필로폰 구성 성분에 약 3~4%의 차이가 난다"며 "북한산으로 확인된 필로폰 자료를 축적해 '표준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산 마약이 이미 국내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게 마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필로폰 순도(純度)가 97%라면, 중국산은 95%, 북한산은 99%에 가깝다"고 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국내 유통 중인 필로폰 30~40%는 북한산이고, 순도가 높아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8/20191008001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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