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이 대화하길 원하며 미국도 그들과 대화할 것"
예전엔 당장 안보리 소집… 임박한 美北 실무협상 의식한 듯
美매체 "영변 핵시설 등 폐기땐 석탄·섬유 수출제재 보류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북 협상에 대해 "북한이 대화하길 원하며 미국도 그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사거리 2000㎞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언급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 대표 등 미국의 국가안보라인 주요 인사들도 침묵했다. 이는 과거 북한이 SLBM을 발사했을 때 비난 성명을 내며 강력 대응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미국이 4~5일로 예정된 미·북 실무 협상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24건의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재전송)했지만 북한과 관련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간 미 민주당에 대해 "헛소리에 시간 낭비"를 한다며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탄핵과 관련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흔들어 보이면서 탄핵 조사에 대한 자기 입장을 주로 말했다. 그는 애덤 시프 하원정보위원장에 대해 "밑바닥 인생(lowlife)"이라고 비난도 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6일까지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 미사일은 거론하지 않았다. 비건 특별대표도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에 참석했지만 미사일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례적 수준의 성명만 발표했다.

미국의 이번 침묵은 과거 북한이 SLBM을 발사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이다. 2016년 8월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을 발사했을 때, 조시 어니스트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그들을 고립시킬 효과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발사도 명백히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요청으로 유엔 안보리도 열려 이 문제를 논의한 뒤 "북한이 안보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는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 2015년 5월 8일 북한이 SLBM을 발사했을 때도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은 "북한 행동은 국제사회 기준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사거리 2000㎞ 수준의 SLBM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에 근접한 무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7년 1월 트위터에 "북한 미사일이 미국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의 최대 항속거리는 1만7600㎞에 달해 북한에서 미국까지 거리(1만㎞)를 감안하면 미 본토에서 2000㎞쯤 떨어진 곳까지 가서 SLBM을 쏜 뒤 복귀할 수 있다. 북한이 충분히 '미국에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북 실무 협상을 앞두고 미국 내에선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 가능성이 또 제기됐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이날 협상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중단 등 이른바 '영변+α(알파)'를 대가로 북한의 핵심 수출 품목인 석탄·섬유 수출제재를 36개월간 보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일부 언론이 이와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을 때 미 국무부는 "완전히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미국 관리들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도록 하는 '잠정 핵동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4/20191004002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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