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부상 담화 12시간만에 미사일 도발 나선 北
전문가들, 북 협상 의지에 의문…北 조급한 심내 보여준단 평가도
전략 무기 과시하며 美에 '새로운 계산법' 들고와라 압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23일 보도하면서 공개한 사진. 당시 북한 매체는 미사일 사출구로 추정되는 부분(빨간 원)을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23일 보도하면서 공개한 사진. 당시 북한 매체는 미사일 사출구로 추정되는 부분(빨간 원)을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 연합뉴스

북한이 2일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날 담화를 통해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을 오는 5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지 12시간여 만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10차례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는 성격 자체가 다른 전략무기 도발을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SLBM 시험 발사를 했다면 미·북 비핵화 협상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을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오늘 쏜 미사일이 SLBM이 맞다면 게임체인저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번 미사일에 대해선 '작은 것(small thing)'이라며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북 협상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는 도발"이라며 "미·북 실무협상 일정을 발표하고 하루만에 이 미사일을 쐈다는 점에서 북한이 정말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이번 도발은 그동안 미국을 압박하던 조치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미 압박을 최대한으로 키우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방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를 두고 "초조함의 발로"란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엄포를 놓는 것은 김정은이 협상 시한으로 잡은 연말은 다가오는데 극적인 합의 타결이 요원한 상태라 초조함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중국마저 미·중 무역 갈등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며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것도 초조함을 배가시켰을 것이란 게 김 교수 설명이다.

북핵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도발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북한이 자주 보여온 행태"라면서 "미국을 향해 실무협상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으면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길을 갈 것이고 앞으로 더 강한 무력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무력 시위"라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북한은 지금 대미 자극은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면서 무기체계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 수준이 강해지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2/20191002012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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