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7개월만에 합의
회담 장소로는 스웨덴 등 거론… 美국무부는 구체적 날짜 안밝혀
靑 "비핵화·평화구축 진전 기대" 우리 외교부, 北 발표때까지 깜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미·북 정상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즉석 회동을 통해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한 지 3개월여 만에 미·북이 후속 실무 회담 일정을 확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오후 최선희〈사진〉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조(북)·미 쌍방은 오는 4일 예비 접촉에 이어 5일 실무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선희는 "우리 측 대표들은 조·미 실무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실무 협상을 통해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몇 시간 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날짜 언급 없이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다음 주 내로 만날 계획"이라며 북한의 발표 내용을 일부 확인했다. 미·북 모두 회담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스웨덴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측은 지난달 20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실무 협상의 북측 수석대표'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비핵화 협상의 수석대표다. 다만 북한 측이 실무 협상(5일)에 앞서 예비 접촉(4일)을 갖겠다고 강조한 만큼, 좀 더 낮은 급의 실무자가 만나 회담 성사 여부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실무회담 일정을 발표한 직후 "북한과 미국이 5일 실무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번 실무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 조기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을 부른 미·북의 비핵화 견해차가 얼마나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그동안 미국의 태도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북한은 우선 예비 접촉을 통해 미국이 얼마나 유연성을 갖게 됐는지 확인한 뒤 실무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대북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달 실무회담 의사를 밝힌 최선희도 담화에서 "미국 측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16일에도 북한은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를 모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북핵 협상과 관련해 "어쩌면 새로운 방식(new method)이 매우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북한의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0일과 27일 각각 김명길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맞은 것도 북한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측은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식'의 초점이 제재 완화보다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평양 주재 미국 연락사무소 개설, 대북 인도 지원, 인적 교류 확대 같은 체제 보장 조치에 맞춰져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한편 이날 북한이 실무 회담 일정을 발표할 때까지 우리 외교부는 관련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핵심 관계자는 관련 보도에 "그럴 리 없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2/20191002001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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