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 간담회]
"北, 실무 협상 준비됐다는 신호...연내 한·미 정상회담 한 번 더 하길"
"한국은 미·북 중재자 아닌 당사자"
"한·미 정상, 방위비 분담금 솔직한 의견 교환"⋯이견 커 합의점 찾지 못한 듯

정부 관계자는 지난 27일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도발과 관련 "9·19 남북군사 합의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 발사를 한 북한이) 군사 합의를 위반했다고 하는 순간, 우리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도 군사 합의를 위반한 것이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 미사일 도발을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면 우리도 단거리 미사일 개발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으니 마찬가지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은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며 위협을 했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가 북한의 도발성 미사일 발사와 한국군의 방어용 미사일 개발·발사 시험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정부 관계자의 이런 언급은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 내 협의를 거쳐 나온 입장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지난 27일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직접적인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미사일이 남측으로 오면 확실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적대행위라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라며 "우리가 (미사일을) 시험 개발하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우리 군의 무기 개발·시험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한편 이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이 미·북 실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미·북 관계가 진전돼 연내 한·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더 개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발표된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제1부상·권정근 북미국장·김계관 고문 등의 발언에 대해 "미·북 실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며 "다가오는 미·북 실무 협상이 매우 가시적인 단계를 만들어내고, 내년에는 더 좋은 환경에서 대화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특히 이날 김계관의 메시지에 대해 "연합군사훈련과 대북제재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새로운 협상 방식'을 결단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미·북 사이에서 중재를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직접적 영향을 받는 당사자(directly affected actor)"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역사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모든 것을 북한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후) 9번째"라면서 "올해 연말까지 (한·미 정상회담을) 한 번 더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한·미·일 관계 등 일본 관련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고, 한·미 전시작전권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한 시간 밖에 시간이 없어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려 했다"고 했다. 다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양 정상은 각자의 의견을 설명하며 솔직하게 교환했다"고 말했다. '솔직한 의견 교환'은 주로 이견이 커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때 쓰는 외교 수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8/20190928004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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