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국정원이 띄웠지만… 美·北이 2~3주 안에 빠르게 협상해야 가능
진전 있어도 金 경호·의전 준비에만 최소 20일 걸려 '시일 촉박'
전문가 "김정은, 제재완화 같은 선물 없이 부산 올 이유 있겠나"
 

국가정보원이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부산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방문이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크게 진전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희망적 예측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핵 협상에서 북·미 간에 새로운 합의가 도출될 경우 "연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도 보고했다. 올 연말까지 남은 3개월여 동안 김정은 답방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모두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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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23일 오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회담장 한쪽에 미 당국자들이 앉아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정보위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정은의 답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부산에 오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북·미 간 핵 협상에 성과가 있으면, 김정은이 11월 25~27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한국 방문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방한 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과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회담을 전례로 보더라도 준비에 최소 20일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북측은 최소 11일(하노이)에서 2주 전(싱가포르) 답사팀을 현지로 보내, 김정은의 이동을 위한 경호·의전 준비를 했다. 현지답사 이전에 일정·의제 조율에 걸린 시간까지 생각하면 실제 준비 기간은 더 길다. 11월 말 부산을 방문하려면 적어도 11월 초순에는 결정이 내려져야 하고, 10월 말까지는 북·미 핵 협상의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하는 셈이다. 외국과 달리 한국 방문 과정에선 항의 시위 등 돌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 경호에 훨씬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같은 위험을 김정은이 감수할지도 미지수다.
 

국정원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과 관련해서 "앞으로 2~3주 안에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의 회담이 10월 초·중순 재개될 것이란 얘기다. 결국 북·미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속도로 2~3주 안에 협상을 진전시켜야 김정은의 11월 부산 방문이 실현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상당히 무리한 얘기"라고 말했다. 북한은 재선 레이스에 임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갈수록 약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무리한 합의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북·미 모두 그렇게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성과가 없으면 대북 제재 완화가 되지 않을 것이고, 받을 선물이 없는 상태에서 김정은이 부산에 올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가 23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 북·미 간에 일정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70%는 넘는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올해 안에 진전이 없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란 표현으로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던 "2017년 또는 그보다 나쁜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가장 나쁜 상황은 미국이 북한을 군사 공격하는 것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만약 (미국과의) 합의가 없으면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고 7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5/20190925002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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