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햄리 美CSIS 소장 인터뷰
"北, 잘못된 협상 길로 트럼프 유인… 文정부는 호응하려고만 하지말고 차분히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
北인권 협력대사 임명 안하는 文정부에 실망스럽고 화난다
中위협에 지소미아 파기 불행"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잘못된 협상의 길로 유인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잘못된 협상의 길로 유인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미·북 협상 재개를 앞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핑크빛 전망을 내놓기보다는 북한의 속셈이 무엇인지 의심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놓을 방안을 찾는 것이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24일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사일 도발 등 군사 도발을 하다가 최근 돌연 대화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은 노벨 평화상 수상 등 국제적 명성을 쌓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심리를 간파하고 협상에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며 "최근 워싱턴에선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 그리고 북한과 협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이 뭔지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역임한 햄리 소장은 2000년부터 CSIS 소장을 맡고 있다. 1962년 워싱턴에 설립된 초당파 성향의 CSIS는 세계적인 안보 전문 싱크탱크다.

학술대회 참석차 최근 방한한 햄리 소장은 이날 서울 한남동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잘못된 협상의 길로 유인하려는 것 같다"며 "미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문재인 정부도 북한 정부에 호응하려고만 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9월 평양 공동선언'이 나온 지 1년이 됐다. 안타깝고 놀랍게도 한국은 할 거 못할 거 다 했지만 북한은 미사일만 쏘고 공동선언 정신에 걸맞은 실천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의 노력에 존경을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은 지난 1년간 의미 있고 실질적인 평화 조치는 하지 않고 타미플루 등 인도적 지원을 해주려는 한국의 성의만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트럼프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입만 보고 끌려갈 게 아니라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전략적 틀을 짜고 여기에 북한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햄리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2년이 넘도록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방치한 것에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협상 때문에 인권을 뒤로 제쳐놓아도 된다는 발상을 한국 정부 관료들이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면 한국과 북한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하는 이유는 지금 이들(북한 인민)에게 없는 '자유'를 안겨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핵심 가치를 저버린다면 지금 하는 협상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올 초 기자회견에서 "북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던 햄리 소장은 이번 방한 일정을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문제가 우려돼 서울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선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을 위협 세력으로 본다면 지소미아 파기는 좀처럼 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양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부상 등 미래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핵심 안보 이슈"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있어 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둘 중 한 나라를 선택하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 셋은 함께 미래를 향해 가야 할 동반자"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5/20190925001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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