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출국전 주한 美대사에게 "한일관계로 한미 영향 없을 것… 일본과도 미래로 가야" 밝혀

트럼프가 다시 회담 나서도록 동맹 강조하며 코드 맞추기
대북제재 해제 요구도 않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및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출국 전 서울공항에 환송을 나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한·일 관계 때문에 한·미 관계에 영향이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본과도 미래로 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간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수차례 강력한 유감을 표해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소미아 등 한·일 갈등 현안과 한·미·일 안보 체제에 대한 미측의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미리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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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든 文대통령, 팔짱 낀 金여사 -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팔짱을 끼고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부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뉴시스

그동안 정부는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공개적으로 '불만 표시 자제'를 요구했다. 이어 "동맹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며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 요구 등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70년의 한·미 동맹 관계에서 이견(異見)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일본에 이어 미국과의 동맹 관리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논의될 상황이 오자 '동맹보다 국익'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최대한 '트럼프 노선'에 코드를 맞추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미(訪美)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도록 트럼프가 좋아할 선물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라며 "곧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등 미국의 '안보 청구서'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再選)을 위한 업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 및 자동차 분야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를 논의한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요구해왔던 한·미·일 3각(角) 안보 협력,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동의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한·미·일 안보 협력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나 만남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대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남북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이 공동으로 비무장지대(DMZ) 지뢰를 제거하자고 제안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23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엔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해제는 공식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작년 평양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촉진을 명분으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을 상대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다가 여의치 않자 이를 보류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남북 관계 진전의 필요성은 언급할 수 있지만, 제재 완화보다는 북·미, 남북 협상 분위기를 다시 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회장과의 면담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논의할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3/20190923001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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