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재개 상당히 조율된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북한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일어난 가장 좋은 일로 꼽았다. 지난 18일 미·북 협상에 "새로운 방식이 좋을 수도 있다"는 언급에 이어 다시 한 번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무 회담 재개를 위한 양측의 '물밑 조율'이 상당히 진척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양자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적어도 (취임 후) 지난 3년간 이 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것이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나라(북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50여년간 북한과 협상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지금) 우리는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 전망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잘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다. 나는 잘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미·북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면서 실무 협상 임박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달 들어 미국 언론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등 실무 회담의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9월 하순경' 실무협상 재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만큼, 오는 24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확인하고 공식 회담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평행선을 달려온 미·북은 이달 들어 빠른 속도로 '재접근'하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8일(현지 시각)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하자 북한은 하루 만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최선희는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에 요구했고, 이는 18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식' 언급으로 이어졌다.

다만 비핵화 실무 회담의 구체적인 의제와 장소 등은 최종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 후 미국은 스웨덴을 실무 협상 장소로 북측에 제안했고, 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협상 재개 시기로는 북한이 언급한 이달 말 또는 10월 초가 유력하다.

미 국무부는 일단 북한이 요구하는 '새 계산법'에 대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국무부는 "우리는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 그러한 논의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이 선호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양측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국이 일괄타결식 빅딜 요구를 접더라도 비핵화 최종 상태의 개념 정립과 로드맵까지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며 "미·북 회담이 다시 교착에 빠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3/20190923001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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