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 구축이 재임 기간 미국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라고 꼽았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 ‘새로운 방법(a new method)론’을 꺼낸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유화적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양자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한을 언급하며 "나는 적어도 3년 동안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일이라고 본다. 그의 나라(북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그(김정은)도 이런 사실을 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대화하는 미북 정상의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월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대화하는 미북 정상의 모습. /연합뉴스

이 발언은 해외 지도자와의 ‘톱다운(상의하달식) 협상’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펴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양국 정상 간 논의를 토대로 비핵과 성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정은에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자고 촉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실무협상 새 북측 대표로 임명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비핵화 해법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 언급을 환영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기도 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존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 언급이 북미 간 대화 국면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고 공격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문제에서 자신을 치적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50년간 북한과 관련해 제대로 하지 못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면서 "우리(나와 김정은)는 관계를 갖고 있다. (그 이전에는) 그들(북한)과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잘 풀릴지도 모르고 잘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그 사이 오랫동안 그(김정은)는 어떠한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일부 단거리 미사일들을 발사하긴 했지만, 이는 모든 다른 나라들이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온 뒤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만찬을 한 사실도 거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신속하지 대응하지 못한 전 행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 출신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이 인질 협상과 관련해 "환상적 일을 했다"며 웜비어 가족과의 지난 주말 만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인질 문제와 관련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뒤 "오토의 경우 매우 늦었다. 보다 신속하게 움직였어야 했다"고 했다. 전임 행정부가 웜비어 송환을 위해 신속히 움직였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나는 인질 문제에 대해 매우 열심히 일한다"라고 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웜비어 사건과 관련, 이를 나중에 알았다는 김정은 말을 믿겠다고 말했다가 미국 내에서 역풍을 맞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1/20190921005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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