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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무성, 툭하면 외국 대사 불러 큰 책상 둬 악수하기도 힘들게 해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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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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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아무튼, 주말-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일러스트=안병현

최근 우리 외교부에서 주한 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나 불만을 전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외교부 보도자료를 보면 상주 대사를 똑같이 불러 항의하지만 일본, 중국, 러시아 대사들은 '초치', 미국 대사는 '면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초치'라고 하면 '항의하기 위해 부른다'는 인식이 강해 미국 대사에겐 '초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은 국제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많이 하다 보니 외교적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외국에 상주하는 북한 대사들이 상주국에 불려가 항의받는 일도, 북한이 평양 주재 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일도 많다. 북한 외무성은 상주 대사를 불러 항의할 때는 '호출(summon)'이라는 표현을, 입장을 긴급 전달할 때에는 '요청'이라고 구분해 쓴다.

항의를 전달하는 형식도 내용에 따라 다르다. 상대국 정부나 정부 공식 인물이 북한 지도자를 향해 '독재' '폭정' '전체주의' '반인륜 범죄' 등의 표현을 쓰면 "최고 존엄을 건드렸다"며 해당 나라 대사를 호출해 세워 놓고 항의한다.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규탄하는 항의 성명, 제재 조치 등을 발표하면 '자주권 유린' '내정간섭'으로 걸어 상주 대사를 불러 항의한다. 이때는 큰 책상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아 항의한다. 서로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악수하기 힘들 정도로 넓은 형태다. 판문점 회담실의 책상 크기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의례적인 인사말이나 악수도 없다. 북한에 경제 제재, 교류 축소, 방문 제한 등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했을 땐 소파에 앉아 항의하는 형식을 취한다. 악수도 하고 인사말도 나눈다. 대사들은 북한 외무성에 들어서면서 어느 면담실로 가는가만 봐도 항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나도 북한 외무성에서 유럽국 부국장으로 있을 때 독일 임시 대리 대사를 호출해 독일의 항의 성명을 철회하게 한 적이 있다. 2010년 11월 유럽연합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규탄하는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이 그 성명문을 우리말로 번역해 대사관 선전 게시판에 내걸었다. 평양에 상주하는 대사관이 북한을 직접 비난하는 선전물을 북한 주민도 볼 수 있는 자리에 공개적으로 내붙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게 임시 대리 대사를 호출해 성명을 내리게 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그런데 독일 대리 대사가 대사관 게시판에 성명문을 게시하는 것은 자주권에 속한 사항이므로 뗄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임시 대리 대사에게 "당신들이 그 성명문을 내리지 않으면 격분한 우리 인민들이 선전판을 향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우리의 경고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독일 측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고 으름장 놓았다. 그제야 대리 대사는 얼굴이 벌게지면서 본국 정부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사실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다. 독일 대사관이 성명을 내리지 않으면 북한 정권에서 주민을 시켜 선전판을 향해 물리적인 행사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독일도 베를린에 있는 북한 대사관 게시판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 대사관 게시판엔 김씨 일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독일 주민이 선전판을 향해 돌이라도 던지면 큰 외교적 분쟁으로 이어질 게 뻔했다.

얼마 전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했을 때 대사의 말을 도중에 끊은 것은 외교적 결례다. 북한에서는 상대방이 도중에 말을 끊으려 하는 경우엔 발언을 멈추지 말고 계속 이어가게 돼 있다. 그래서 60~70년대 남북 적십자 회담이나 북한과 유엔군 측의 판문점 회담 때 상대가 듣든 말든 회담장에 나타나 자기 발언문만 쭉 내리읽고 일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남북한이 다른 나라와 외교적 마찰이 많은 데엔 나라가 분단된 현실 탓도 있다. 통일되면 대사를 초치하는 일도, 얼굴 붉힐 일도 훨씬 적어지지 않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0/20190920013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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