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9·19 남북 군사 합의로 확대된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최전방 군단에 배치된 우리 무인기의 대북 표적 식별 능력이 44% 떨어졌다고 합동참모본부가 한국당 의원에게 보고했다. 합의 이전엔 군단급 무인기가 북 장사정포 등 713개 표적을 식별했지만 지금은 399개만 본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식별률이 84%나 급감했다. 군단급 무인기의 탐지 거리가 15~20㎞ 수준인데 군사 합의에서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을 군사분계선 기준 10~15㎞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탐지 거리가 5~7㎞인 사단급 무인기는 무용지물이 됐다. 북이 장사정포를 쏴도 상당수는 탐지·대응을 못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남북 군사합의 직후 국방부는 "유인 정찰기와 미군 정찰 자산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유인 정찰기들은 기존 표적 중 10% 이상을 놓쳤다. 미군 정찰기 역시 식별률이 4%포인트 떨어졌다. 유인기 비행금지구역 확대(20~40㎞)로 정찰 구역이 후방으로 밀린 탓이다. 뒤에서 멀리 보기 위해 고도를 높이면 구름에 표적이 가리거나 화질이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 북은 평양~원산선 남쪽에 100만 병력과 화력의 대부분을 배치해놨다. 우리 수도권을 겨눈 장사정포만 340여 문이다. 북은 변변한 정찰 자산이 없었다. 군사 합의로 북은 자신들의 약점은 상쇄시키고 대남 위협은 그대로 가할 수 있게 됐다.

북은 올해에만 신형 미사일 도발을 10차례 감행했다. 2차례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쐈다. "남한에 엄중한 경고"라는 김정은 말대로 우리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북은 군사 합의를 한 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이 북한 대변인이 됐다. 특히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요격이 어려워 사전 탐지가 중요하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는 어제도 "북이 여전히 핵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까지 파기했다. 앞으로 미군 정찰 정보가 원활하게 제공될지도 의문이다. 공격용 무기는 줄이되 감시·정찰 능력은 확대한다는 것이 군비 통제의 초보적 원칙이다. 이 기본 원칙을 거스른 안보 자해가 재앙이 될 때 이 정권의 누가 책임질 건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9/2019091903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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