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1주년]
우리 軍, 9·19 합의 후 GP 11개 철거·대북 공중 정찰능력 급감
北은 해안포 16문 개방·함박도에 레이더… 신종미사일 도발도
이 와중에… 文대통령 "DMZ뿐 아니라 후방 지뢰제거 진행하라"
 

국방부는 18일 9·19 군사 합의 1년의 성과를 자축하며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기종별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여 남북 간 사전 통보되지 않은 비행은 일절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거 북측이 우리 측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 활동을 위해 침투시켰던 무인기 운용도 전혀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이 저하된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군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무력화된 전방 지역 무인기의 감시 영역을 유인 정찰기인 U2, 금강, 새매 등으로 보충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철원 지역 중부전선에 위치한 감시초소(GP)가 폭파되는 모습.
이행 1년을 맞은 9·19 군사분야 합의 때문에 북한 안보 환경만 더 유리해졌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철원 지역 중부전선에 위치한 감시초소(GP)가 폭파되는 모습. 남북은 GP 시범 철수 사업을 합의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각각 11개의 GP를 철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합참이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에 보고한 9·19 군사합의 중간평가에 따르면, 군은 군사 합의 이후 새매의 표적 574개 중 59개(10%)가 감시 범위가 제한돼 식별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금강 역시 309개 중 19개(4%)의 표적을 식별하지 못했다. 미국의 감시·정찰 자산인 U2도 기존 3565개의 표적 중 143개의 표적을 식별하지 못해 식별률이 4%포인트 떨어졌다. 이 의원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정찰 구역이 후방으로 밀리면서 대북 정찰 능력이 약화된 것"이라며 "비행금지구역 해제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동해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완충 구역에서 적대 행위 전면 중지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종명 의원 측은 "현재 서해 지역 13문 안팎, 동해 지역 3문가량의 해안포가 개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미 알려진 서해 일대 해안포 외에 동해에서도 해안포 개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9·19 군사 합의에 따라 함포·해안포의 포구·포신에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을 폐쇄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버젓이 포문을 열어뒀다. 군은 이에 대해 "환기를 위해 수시로 열고 닫는 줄로 안다"고 했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레이더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함박도엔 北인공기 -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레이더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TV조선

군 안팎에서는 그나마 이행된 군사 합의 대부분이 북한에만 유리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남북은 GP(감시 초소) 시범 철수 사업을 진행하며 각각 11개의 GP를 철거했는데, 이 때문에 남북 간 GP 비율 격차가 더욱 커졌다. 이전에도 우리 측 60여 개, 북한 측 160여 개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는데 같은 수의 GP를 철거하면서 그 비율 격차가 3배로 벌어졌다.

서해 NLL 인근의 함박도 요새화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군이 군사 활동을 멈춘 사이 북한은 '무인도 점령 작전'을 펼치며 강화도 인근 함박도에 인천공항·인천항 일대를 겨냥한 탐지 거리 40~80㎞가량의 레이더를 설치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비무장화됐지만, 애초 합의했던 남북한 자유 왕래는 북한 측의 비협조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남측 지역의 견학만을 재개하는 '반쪽 개방'을 했다.

잠시 중단됐던 미사일 등 발사체 도발 역시 일상화됐다. 북한은 올해만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4종 세트' 도발을 10차례 감행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9·19 위반 행위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는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중단, 지·해·공 적대 행위 중지 등 그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이행하면서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 정부는 9·19 군사 합의 파기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DMZ 등 전방 지역뿐만 아니라) 후방 기지에서도 지뢰 제거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각 군 사령부에 문 대통령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선 미·북 간 실무 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자 '한반도 지뢰 제거' 등으로 남북대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9/2019091900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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