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하재헌 중사는 16일 보훈처의 '공상(公傷)' 판정에 대해 "저에게 다리를 잃고 남은 것은 '전상(戰傷) 군경'이라는 명예뿐"이라며 "(국가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는데 저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 중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뒤 저와 부모님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저는 또 다른 꿈인 운동선수를 하기 위해 전역하고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며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유공자 판정 소식을 듣게 됐는데 제 사건이 전상이 아닌 공상이라고 한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는 "당시 목함지뢰 사건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북한이 이후 포격 도발까지 해 국방부가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며 "그런데 보훈처는 적(敵)이라는 단어와 북한의 존재는 빼고 '전상 군경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정했다"고 했다. 이어 "합참이 적의 도발로 공표하고, 적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부상을 입었지만 사고 당시 (직접) 교전이 없었다는 이유만 들었다"고 했다.

하 중사는 "북한과의 화해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훈처가 이런 결정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가를 위해 몸 바치고 대우를 받는 곳이 보훈처인 것으로 아는데 보훈처가 정권에 따라 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생존자 분께 연락을 드리고 양해를 구한 뒤 이야기한다"며 "천안함 사건 역시 교전은 없었고 북한의 도발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천안함 사건 유공자 분들은 모두 전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훈처 관계자가) 저희는 두 명밖에 안 다치고 아무도 안 죽어서 공상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했다. 그는 "전상·공상 군경이 (보상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명예가 중요하다"고 했다.

하 중사는 "'적에 의한 도발'이라는 게 보훈처 분류표에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보훈처는 유공자를 갖고 정치하지 말고 명예를 지켜달라"고 했다. 하 중사는 지난 2015년 8월 4일 수색 작전 도중 비무장지대(DMZ)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된 목함지뢰로 두 다리를 잃었다. 그는 지난 1월 전역 이후 장애인 조정 실업팀 선수이자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 중사와 함께 부상을 입었던 김정원 중사는 아직 현역 복무 중이다. 하 중사는 이날 이 문제를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7/2019091700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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