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엔총회 참석차 訪美… 회담서 남북경협 등 거론할 듯
트럼프는 지소미아·방위비에 초점

당초엔 李총리가 유엔총회 참석 예정… '北 담화' 나온 직후 文대통령으로 바꿔
靑 "평화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26일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고 이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당초 이번 유엔 총회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로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9일 '이달 말 미·북 실무협상'을 제안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온 직후 유엔 총회 참석자를 문 대통령으로 바꾼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급하게 추진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움직인다"며 미·북,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문제 등 동맹 이슈들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3개월 만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노딜 회담' '2분 회담' 논란을 낳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점점 멀어진다는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열린다"며 "주요 사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커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 정도의 상징적 메시지만 내는 '의전용' 정상회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셈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해 미·북 비핵화 협상을 주요 의제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비롯해 4차례 연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설들에선 하노이 정상회담(2월), 판문점 회동(6월) 등 미·북 정상 간 만남을 높이 평가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이나 인권 문제, 제재 위반 사례를 언급하기보다는 남북 평화 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야권에선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북한을 두둔하다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는 지적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의원 만찬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거의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가끔은 우리의 동맹국이 우리를 다른 이들보다 더 나쁘게 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보다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무기 판매 등 '안보 청구서'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이르면 이달 말 시작된다. 이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분담금 인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는 '지소미아 관련 발언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 11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북한 미사일 발사 등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미국은 이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한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에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했다.

미 전문가들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의 유지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3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되돌리는 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뒤집을 것을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6/2019091600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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