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가 '북핵 위협이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시점에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자신의 핵 능력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일 등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포함된 (핵) 억지에 대한 신뢰 때문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뒀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핵 협상이 실패하면 북이 아시아의 마지막 핵보유국이 아닐 것이라는 키신저 전 장관의 말이 맞을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북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 대표가 '한·일 핵무장론'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최근 미 국방대학은 한·미, 미·일이 나토식 '핵 공유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한·일 핵무장론은 기본적으로는 북핵 협상에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필연적으로 부상할 문제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현재 북핵 폐기 협상이 벽에 부닥친 현실도 보여준다. 비건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년간 (북핵 관련) 중대한 진전을 만들어 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1년'은 트럼프의 재선 일정이다. 정체된 북핵 협상이 내년 대선에 걸림돌이 되면 트럼프는 순식간에 낯빛을 바꿀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대북 좌절감을 언급하며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을 압박할 새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국내 정치 난맥으로 잠시 가려져 있지만 가짜 비핵화가 필연적으로 부를 안보 위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8/20190908016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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