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실무협상 계속 늦어지자 北만 바라보는 외교정책 부담감

DJ 10주기, 아세안 안보포럼… 대화 재개 기대감 번번이 깨져
이젠 "연내 안되면 내년 초라도"
 

북한이 당초 7월로 예상됐던 미국과의 실무 협상을 갖가지 구실로 연기하며 정부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미·북 대화가 늦어질수록 남북 관계 경색도 장기화하며 국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與圈)에선 판문점 회동 이후 주요 계기마다 '핑크빛 전망'이 나왔지만 모두 무산된 상태다. 외교가에선 "북한만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셀프 희망 고문'

여권에선 전격 성사된 6·30 미·북 판문점 회동 이후 미·북, 남북 대화가 금방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회동 직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잇따라 '2~3주 내 실무 협상 약속'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8월 초 예정됐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9월 중순 유엔총회 등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회담'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고려됐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당시 "(미·북 관계가 진전되면) 최소한 9월경엔 유엔총회장에 김정은 위원장이 나가서 연설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그러나 ARF에 리용호는 나타나지 않았고, 유엔총회에도 대사급 인사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만 바라보는 여권의 말말말

북한이 8월 초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 연습을 비판하며 무력시위에 나서자 여권의 눈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8월 18일)'와 한·미 연합 연습 종료일(8월 20일)에 맞춰졌다. 북한이 한·미 연합 연습 종료일 직후인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를 열겠다고 알리자 '대외 메시지를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간사인 김한정 의원은 언론 통화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DJ 서거 10주기에 초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연합 연습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22일 "북·미 간에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연합 연습이 끝나고도 대남 비난을 이어가며 실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도 우리 쪽 단독으로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이후 국면에 또 기대

이제 여권에선 10월 전후로 미·북, 남북 대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10월 중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미·북 대화의 물꼬도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말엔 부산에서 다자(多者) 회의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자리에 김 위원장이 함께하는 기회를 가진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매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김정은을 초청한 것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일 "결국엔 (미·북이) 만날 것이라고 본다. 연내에 가능하다"며 "혹시라도 연내가 안 된다면 예를 들어 내년 초 정도로 연내에 약속까지는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10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주목하고 있다. 선수단 및 응원단 이동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도 여전히 여권 인사들이 '희망 고문'만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대화 모멘텀을 찾는 건 좋지만 제재를 통한 압박 등 다른 대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긍정 신호'만 보내는 문재인 정부와 대화에 급히 나설 이유가 없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고강도 대북 압박 끝에) 황병서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깜짝 방남했듯 '대화 갈망' 외에 다른 수단을 병행하는 게 오히려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3/20190903002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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