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폼페이오 '北 불량' 발언 度넘어, 美와 대화 기대감 사라져"
美는 북한의 불법 환적 제재, 인권 문제도 제기… 압박 강도 높여
전문가 "北, 美대선 본격화하면 몸값 뛸거라 보고 나서지 않는 것"
 

북한은 지난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언행(言行)을 문제 삼으며 미·북 실무 협상 재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사일 도발, 제재와 인권 문제에 대해 강경 발언을 내놓자 발끈한 것이다. 미·북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고위 인사들이 연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실무 협상이 예상보다 오래 표류할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미국 상층부에서 우리를 걸고드는 심상치 않은 발언들이 연이어 튀어나오고 있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국재향군인회 주최 행사에서 "북한의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이 간과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최선희는 "비이성적인 발언"이라며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돼 있는 조(북)·미 실무 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23일에도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 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는 갈 데 올 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毒草)"라며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했다.
 
기싸움 벌이는 美·北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선희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 질의에 "북한의 카운터 파트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론 북한의 비난에 '로 키(low key)'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이어간 것이다.

미국은 '최대의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최선희 담화 전인 지난 30일(현지 시각)엔 북한의 유류 해상 불법 환적에 관련된 대만인 2명과 대만과 홍콩의 해운사 세 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북한 선박들에 불법 환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걸 맨들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개인과 법인, 선박에 대한 제재를 이행하고 집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발표한 세계 강제 실종 희생자의 날 성명에서 "북한에서 정부 당국은 종교인과 정치범으로 몰린 이들을 사라지게 한다"며 "강제 실종 악습은 비양심적이며, 이를 사용하는 정권은 그들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제재'와 '인권'이라는 무기로 북한을 압박한 모양새다.

당초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던 미·북 고위급 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기조연설을 대사급이 맡는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당초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할 것으로 유엔 측에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주로 국가원수나 외무장관 등이 맡고, 북한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무상을 파견해왔다. 외교가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을 거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은 결국 실무 협상 재개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결국 실무 회담보다는 김정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가 낫다는 판단을 하고 실무 협상보다는 정상회담에 더 큰 의지가 있다"며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 관계를 통해 일종의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북한이 실무 협상을 피하는 상황은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과 북한의 샅바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며 "북한으로선 연말로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몸값이 높아진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2/20190902002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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