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들 '金의 노고' 강조… 동분서주하는 군사행보 공개
애플 '아이패드' 사진도 노출… 美 향해 '대북 제재 무의미' 과시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참관하기 위해 새벽부터 소형 선박을 타고 발사 장소로 이동하고, 인민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을 공개했다. 최고 지도자의 군사 행보를 공개해 내부 결속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과거 김정은의 '돌출 행동' '대담 행보'를 종종 공개했지만 최근 들어선 이런 식의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배짱과 담력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단 얘기"라며 "제재 장기화로 내부 불만이 누적되며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인민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가 참모들과 함께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25일 밤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인민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가 참모들과 함께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25일 밤 공개했다. 최고 지도자의 대담한 군사 행보를 공개해 내부 결속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밤 김정은이 군사 도발 장소인 함경남도 선덕으로 이동하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조용원·리영식 노동당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과 소형 선박을 타고 발사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이른 새벽 머나먼 날바다길을 달려왔다"고 표현했다. 김정은이 군인의 부축을 받으며 얕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모습, 동생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과 함께 풀밭을 걷는 모습 등도 새로 공개됐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노동신문 등을 통해 김정은의 방사포 시험 발사 참관 사진 18장을 공개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늦은 밤 추가로 사진을 공개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불철주야 전국을 누비는 김정은의 '노고'를 보여주며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참관하기 위해 인민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와 참모들과 함께 풀밭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참관하기 위해 인민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와 참모들과 함께 풀밭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오른쪽에서 둘째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은 과거 군사 도발이 잦았던 시기엔 김정은이 남북 접경 지역이나 바다 등 '위험 지역'을 시찰하는 모습을 종종 공개했다. 2016년 11월엔 김정은이 고무보트를 타고 연평도와 인접한 서해 갈리도(갈도) 일대로 향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2015년 4월엔 경비행기를 직접 운전하는 사진이 북한 매체에 보도됐다. 이에 앞서 2013년 6월엔 강원도 중부전선 DMZ(비무장지대) 철책선 내에 있는 '까칠봉 초소'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초소는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우리 군 최전방 경계초소(GP)로부터 약 350m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 군사 행보를 자제하며, 이 같은 사진 공개는 자연스레 줄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런 사진 공개는 최고 지도자의 '대담성'과 '위대성'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북한의 전통적인 선전술"이라며 "이번 사진 공개도 같은 목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엔 김정은이 미국 애플사 제품인 '아이패드(iPad)' 앞에 앉아 있는 모습도 담겼다. 'iPad'라는 표기 역시 그대로 노출됐다. 콜라로 추정되는 음료도 눈에 띈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 매체의 경우 사진을 공개할 때 철저한 검열을 받는다"며 "이 사진 공개는 의도적인 것이 분명하며 미국을 향해 '제재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7/20190827001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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