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묵은 제재 타령 뻔뻔스러워" 미북 실무협상 늦어질 가능성
 

우리 정부가 내달 미·북 대화 재개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북한은 23일 리용호 외무상 담화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리용호는 담화문에서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한다"며 "폼페이오는 갈 데 올 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毒草)"라고 했다.

북한 대미 협상의 책임자인 리용호가 직접 나서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한 건 이례적이다. 리용호는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협상판을 깰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걸 문제 삼았다. 리용호는 "이런 사람과 마주 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폼페이오 장관)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돼 있다"고 했다. 그는 "개 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는 거친 표현을 동원했다.

북한은 통상 미국을 비판할 때 외무성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 담화 등을 활용했다. 리용호 급의 인사가 직접 등판한 건 그만큼 미국의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실무 협상 재개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2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제재 관련 언급에 북한이 이처럼 민감히 반응하는 건 여전히 비핵화보다 제재 해제가 북한의 최대 관심사란 걸 보여준다"고 했다.

이 같은 기류에도 여권에선 미·북 협상 낙관론이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잘하면 9월쯤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이어서 남북도 정상회담을 다시 하는 기회가 오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협상을 하기 전에는 자기 입장을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충분히 표명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4/20190824001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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