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20일(현지시각) ‘케이팝(K-POP)이 어떻게 북한 젊은이들이 선을 넘도록 유혹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북한 내부에 퍼진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소개했다. 케이팝이 동서 냉전 붕괴에 기여한 서구음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이팝의 영향으로 탈북해 한국에 거주 중인 탈북민 사례들을 언급했다.

평양의 예술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운 탈북민 류희진씨는 "어렸을 때부터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는 애국가를 연주하며 자랐다"며 "북한 음악을 들으면 아무런 감정이 없었던 반면 미국과 한국의 대중음악을 들으면 신선함에 말 그대로 오싹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미국은 늑대이고, 남한은 꼭두각시라고 배웠지만, 음악을 들으며 그들을 인정하게 됐다"고 했다. 케이팝과 서양음악을 통해 북한이 파라다이스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이팝의 가사와 멜로디 뿐 아니라 한국 스타들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역시 북한 젊은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지난해 평양 공연 ‘봄이 온다’에 참여한 케이팝 아이돌그룹 레드벨벳. / 뉴시스
지난해 평양 공연 ‘봄이 온다’에 참여한 케이팝 아이돌그룹 레드벨벳. / 뉴시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탈북해 현재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나라(22)씨다. 강씨는 "북한에 있을 때 머리를 염색하고 미니스커트나 청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청바지를 입고 시장에 나갔을 때 벗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내 눈앞에서 청바지가 불탔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2003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음악회에 출연한 베이비복스 공연을 본 한송이씨는 "처음에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온 파괴자들'이 너무 충격적이고 이상했지만, 음악을 들으며 매우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한씨는 한국에서 방송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이팝이 과거 냉전시기 서구권 음악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케이팝들이 과거 소련 젊은이들이 비틀즈의 노래를 불법 녹음으로 듣고, 동독 젊은이들이 서베를린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보위의 콘서트를 듣고자 베를린 장벽에 모였던 당시를 회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통일미디어그룹(UMG)이 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북한에서 외국 영화, TV, 음악을 봤다고 답했다.

다만, 북한에서 케이팝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류씨는 "평양에 있을 때 단속 위험 때문에 몰래 침실에서 한 장의 뮤직비디오를 반복해서 봤다"고 말했다. 북한 내에 한국 매체를 단속하는 ‘109상무’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2/20190822021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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