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드물게 뻔뻔스러운, 웃기는 사람… 마주 앉지 않겠다"
전문가들 "美와 직거래하게 된 김정은, 南 쓸모없어졌다 판단"
 

북한이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겨냥해 "망발을 늘어놓았다"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북 대화를 주선하고 대북 제재 완화 등 유화 노선을 걸어온 문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비난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남북 대화의 길까지 막았다.

전문가들은 먼저 '하노이 회담' 전까지 한국을 이용해 미국과의 협상 채널을 마련하려 했던 북한이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 이후 미·북 정상 간 친서(親書) 교환 및 실무급의 채널이 만들어지면서 남한의 중재자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경협(經協)을 통해 남한의 대북 지원을 기대했지만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이유로 적극 나서지 않자, 사실상 '용도 폐기'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선 미·북 실무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불분명하자, 한국에 '화풀이'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전날 경축사에서 "북한의 최근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해 "정신 구호의 나열" "허무한 경축사"라는 한국 야당의 비판을 그대로 인용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넘어 인신모독 표현까지 쏟아냈다.

조평통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의 평화 경제에 대해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비웃을)할 노릇"이라며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또 "망발을 늘어놓았다" "겁에 잔뜩 질린 것이 력력(역력)하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다"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남 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고 했다. 남북 관계 교착 상황을 문 대통령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막말과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은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에 목을 매고 있어 어떤 경우에도 반발하지 못할 것이란 약점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은 "오지랖 넓다" "겁먹은 개처럼 요란하게 짖어댄다"는 북한의 원색적 대남 비난에도 침묵하거나 "(우리와) 쓰는 언어가 다르다"며 북한을 두둔해왔다. 이날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북한의 성명은 문 대통령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고 노동신문을 비롯한 대내 매체에는 게재하지 않음으로써 일정 정도 수위를 조절해 다행"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국이 북한과 마주 앉으려면 미국에 강하게 나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을 통해 우선 한·미 훈련을 중단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누적된 대남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과감하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평양 정상회담 이후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경협을 시도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를 이유로 이를 반대했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돈줄'이 막히자, 북한이 한국을 '토사구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이라는 결단을 앞두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힘겨루기가 있는 것 같다"며 "변화로 가는 과정의 불가피한 혼란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비난을 넘어 향후 남북대화 가능성까지 닫았다. 북한은 "앞으로의 조·미(북·미)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다"면서 "그런 부실한(한심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 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한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7/20190817001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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