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작, 수복후 치안유지 상정… 전작권 조기전환 위한 검증 차원
軍 일각 "北, 연합 연습만으로도 거세게 반발하는데 난감"
 

한·미가 지난 5일부터 실시 중인 하반기 연합 연습 후반부에 북한 지역 '안정화 작전'을 시행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안정화 작전이란 전시(戰時) 북한과의 대규모 정규전이 끝난 뒤 수복 지역의 치안·질서 유지 등을 수행하는 작전이다. 한·미는 작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연합 연습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왔다. 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위한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을 위해 이번 연습에는 안정화 작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본연습 2부는 전쟁이 일어난 지 90여일 뒤를 가정한 상황부터 시작된다"며 "북한과의 전쟁 마무리 단계로서 안정화 작전을 시행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미는 그동안 전쟁 발발 90여일 뒤에는 북한군 주력이 무력화된다는 가정하에 연습을 실시해왔다. 군 관계자는 "정규군이 상당히 궤멸된 상황에서 전투가 끝난 지역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며 "주민들은 식수·식량이 부족하고 지역에서는 게릴라의 활동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응할 단계"라고 했다. 한·미는 이 기간에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잔당 소탕, 반군 제압, 시위·소요 사태 진압 작전 등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온 에스퍼 美국방 - 마크 에스퍼(오른쪽) 미 국방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로버트 에이브럼스(왼쪽)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중인 에스퍼 장관은 호주·뉴질랜드·일본·몽골에 이어 이날 마지막 방문국인 한국을 찾았다. 그는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 정경두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장관과 만나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길 고대한다”고 썼다.
한국 온 에스퍼 美국방 - 마크 에스퍼(오른쪽) 미 국방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로버트 에이브럼스(왼쪽)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중인 에스퍼 장관은 호주·뉴질랜드·일본·몽골에 이어 이날 마지막 방문국인 한국을 찾았다. 그는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 정경두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장관과 만나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길 고대한다”고 썼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트위터

군은 지난 3월 실시된 '19-1 동맹' 연습에서는 2부를 생략했다. 당시엔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IOC 검증이 실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습에선 IOC 검증이 실시된다. 현 정부의 숙원 사업인 전작권 조기 전환을 위해 북이 불쾌해하는 안정화 작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연합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거세게 반발하는데 북한 수복 이후를 상정한 연습까지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란 말이 나왔다.

이번 하반기 연합 연습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사전 준비 연습 기간을 거쳐 오는 11일부터 본연습이 시작되는데, 북한군이 침공해 전면전을 치르는 전시 상황을 가정한다. 11~14일까지 1부에서는 북한군을 막는 방어 작전, 17~20일은 안정화 작전을 주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8일 "일반적인 워게임의 안정화 작전에는 주민과 게릴라를 분리해 지역을 안정시키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전을 하는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며 "군뿐만 아니라 유관 기관도 연습에 협조하게 된다"고 했다.

이번 연습은 지휘소연습(CPX) 방식으로 병력과 장비를 실제 기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게임 형식이다. 우리 군의 전작권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평가가 처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매우 중시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후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를 가정해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대장)이 사령관 역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대장)이 부사령관 역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IOC 평가가 잘 이뤄져야 현 정권 임기 내에 전작권 조기 전환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군의 정보 자산 획득이 예상보다 늦어졌고, 이런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 등에 대해 한·미 간 다소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군은 하반기 연합 연습이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난 8일에도 이번 연습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군 고위 관계자는 "연합 연습의 이름은 우리 혼자 정하는 게 아니다"며 "(북한과의) 외교 협상 중엔 국방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9/201908090017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