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에 비자 따로 신청하고 영어인터뷰 거쳐야…이라크 등 7개국 방문자에게도 적용
2011년3월 이후 통일부 방북 승인자 3만7000여명이 대상
美 "北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 지정 이후 기술적·행정적 조치"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으면 '무비자'로 미국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8년 사이 개성공단을 포함해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미국에 갈 때 비자를 따로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작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단에 포함돼 북한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나 조용필씨 등 연예인들도 예외 없이 미국을 찾을 때 비자를 받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18년 9월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18년 9월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외교부는 6일 미국 정부가 5일(현지 시각)부터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으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ESTA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한 한국 등 38개 국가 국민에게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별도 서류심사와 인터뷰 없이 ESTA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와 여행정보 등을 입력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는 식으로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무비자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2011년3월1일 이후 북한을 다녀온 사람은 미국을 찾을 때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미국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영어로 인터뷰도 해야 한다. 이같은 조치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우리 국민은 3만 7000여명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11년 3월 1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통일부가 방북을 승인한 숫자다.

특히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특별수행원들도 ESTA 예외 대상에 포함됐다. 조용필, 윤상씨 등 평양 공연을 위해 북한을 다녀온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한 공무원은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ESTA를 통한 미국 방문이 가능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북 이력이 있더라도 미국 방문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관광 등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2017년11월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때인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했다가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인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외교부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고 나서 이번 조치를 이행하기까지 20개월 이상 소요된 이유에 대해 테러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가 실무적인 준비를 마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이번 조치가 테러 위협 대응을 위한 국내법에 따른 기술적·행정적 조치이며 한국 외 37개 VWP 가입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해왔다.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비자면제 프로그램 개선 및 테러리스트 이동방지법'에 따라 테러지원국 등 지정 국가 방문자에게는 VWP 적용을 제한해오고 있다. 2011년 3월 이후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등 7개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했다면 ESTA 발급이 불가한데 대상국에 북한이 추가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다녀온 기록을 확인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과 긴밀한 협조하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노력해 나가겠다"면서도 "긴급히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면 신속한 비자 발급이 가능토록 주한미국대사관 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과거 받아놓은 미국 비자는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어 새로 받을 필요는 없다.

미국이 우리측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한 것은 약 한 달 전으로, 그 사이 정부는 국민이 겪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등을 검토하며 미국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조치가 남북 인적교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6/20190806010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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