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 '정경두 청문회' 방불
 

5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당은 정 장관에게 "북한 대변인이냐"고 했고, 정 장관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 장관이 청와대 지시만 따르는 '바보'라는 취지의 말까지 나왔다. 야당의 계속된 공세에 정 장관은 "내가 애도 아니고 (왜 그러느냐)"는 발언까지 했다. 군 안팎에서는 "경질설이 돌던 정 장관에 대한 사실상의 청문회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정 장관의 주적관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 등 정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덕훈 기자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최근 불거진 군의 경계 실패와 북한의 도발을 지적하며 "장관께서 하신 언행을 보면 정말 충격받을 정도로 실망스럽다"며 "사사건건 북한을 변호하고, 변명하고 이게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이 맞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의원은 "군사 합의를 해놓고 북한이 엄청난 위반을 했는데 정부와 군 당국은 제대로 경고 한 번을 안 했다"며 "북한을 대변하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장관이 (사퇴)용단을 내릴 의향이 있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북한을 대변한다는 말씀은 취소해 달라"며 "제가 언제 북한을 대변했느냐. 언제 북한을 위하는 얘기를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이 "우리는 그렇게 느낀다"고 하자 정 장관은 "그렇게 느끼신 것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박 의원 발언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국방위는 한때 정회됐다.

정경두 장관과 야당 의원들 간의 설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대응 지침 변경과 관련해 합참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왜 이런 것을 있는 그대로 설명 못 하느냐"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이 "우리 실무자들의 고충과 애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하자 백 의원은 "거짓말하는 것이 고충과 애로냐"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장관님은 본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청와대 개입 때문에) '바보'가 되고 군은 군대로 사기가 최저선"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제가 왜 바보가 됐느냐"고 했고, 김 의원은 "왜 바보스럽게 보이는지 본인은 모르면 안 된다"고 했다. 정 장관은 계속되는 야당 의원의 질타에 "제가 어린애입니까"라고 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날 경찰 소관이었던 독도 경비의 해병대 이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치안 유지가 아닌 영토 수호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므로 독도 경비를 해병대로 이관하는 게 어떤가'라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질의에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GSOMIA는 일단 연장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었는데 최근 일본에서 우리와 신뢰가 결여된 조치를 했고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안보 문제로 연계돼 있다"며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은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우리 선박도 위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해서 (파병을)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현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라며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명칭 없이 시작된 한·미 연합 연습에 대해 "훈련이 이름도 없이 시작됐다"며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름도 없이 키우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명칭은) 한·미 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 시나리오"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6/2019080600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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