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선중앙TV, 신형 방사포 발사 사진 공개
전문가들 "유도조종장치·꼬리날개 모양, KN-09 방사포 개량한 직경 400mm급인 듯"
軍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입장 고수⋯탐지 능력 도마 오를 듯
킬체인(전략 표적 타격) 무력화 우려도
 
조선중앙TV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1일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1일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TV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지도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실을 보도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우리 군 당국은 전날에 이어 북한이 방사포라며 사진을 공개한 이날 오후까지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공개된 사진의 유도조종장치와 꼬리날개의 모양을 봤을 때 KN-09 방사포를 개량한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이 오판했을 가능성과 함께 대북 정찰·감시·탐지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정부는 유엔결의안 위반 논란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로키(low key)로 대응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전날 쏜 것이 "서울 불바다" 위협 때 주력 무기로 꼽아온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선중앙TV, 신형방사포 사진 공개...김정은은 南 겨냥 "이 무기의 과녁⋯" 운운

조선중앙TV는 이날 보도에서 시험사격을 현지 지도한 김정은이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무기의 과녁'은 남측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향한 협박인 셈이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시험사격 결과에 거듭 만족을 표시하면서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비상히 강화하는데서 커다란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또 하나의 훌륭한 우리식 방사포 무기체계를 만들어 낸 국방과학 부문과 군수노동계급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처럼 전날 발사한 무기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 당국은 방사포가 아닌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남북의 주장과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조선중앙TV가 관련 사진을 공개하자 군사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보다는 방사포에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유도조종장치의 카나드(앞날개)와 꼬리날개 형태를 봤을 때 KN-09방사포와 흡사하다"며 "궤도형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궤도형 발사대는 탐지가 어려운 산속에서 은밀하게 기동할 경우 사전 식별이나 선제 타격이 어려울 수 있다. 신 사무국장은 "2발 이상 탑재가 가능한 직경 400mm급 방사포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왼쪽) 사진과 KN-09방사포의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왼쪽) 사진과 KN-09방사포의 모습.

◇北 방사포는 '서울 불바다' 위협 수단

북한이 관영 TV를 통해 시험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전날 발사한 무기는 북의 주장대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일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북한이 가짜 사진을 공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에서 '최고 존엄'으로 꼽는 김정은이 직접 현지 지도한 시험발사 사진을 가짜로 공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방사포는 여러개의 발사관을 묶은 다연장 로켓으로 일시에 목표물을 향해 여러 발의 포탄을 퍼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북은 이번 신형 방사포에 유도 장치를 설치했다고 밝혀 명중률은 미사일급과 맞먹을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점고도도 30㎞ 정도로 비교적 낮고 궤적도 직선형으로 날아가 요격이 그만큼 어렵다.

북한이 전날 발사한 무기는 KN-09 300㎜ 방사포를 개량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KN-09는 사정거리가 200여㎞의 미사일급 무기다. 한국군은 물론 평택에 주둔한 주한미군을 직접 겨냥한 무기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할 때 염두에 둔 주력 무기가 방사포다. 김정은은 2017년 신형 방사포 개발을 지시하며 "남조선을 타격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됐다"며 "조국 통일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방사포는 KN-09를 개량해 사거리를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합참 발표에 따르면 이 방사포는 고도 30km로 250km를 비행했다. 250km는 발사지인 원산 갈마 일대에서 서울과 수도권,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까지 사정권 안에 닿는 거리다.

◇北 "방사포 쐈다"는데도 軍은 "탄도미사일" 고수⋯탐지 능력 논란

북이 전날 발사한 무기가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군 당국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합참은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를 발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한 이후에도, 신형 탄도미사일로 보인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전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발사 이후 방사포 가능성은 없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라는 물음에도 "현재까지 평가 결과는 어제와 같다"고 답했다. 북이 관련 사진을 공개한 후인 이날 오후에도 합참은 "지난달31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이 과연 북한의 방사포를 탐지·식별할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군 내부에선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지는 않았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전날 오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포럼에서 "지난번(25일)과 같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도 있고 방사포일 수도 있다. 과거와는 조금 다른 제원(諸元)으로 식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과 방사포일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 장관의 이 언급 이후 합참은 오전 8시 40분쯤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오전 5시 6분과 5시 27분에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익명 브리핑을 통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고 거듭 발표했다. 그날 오후에는 청와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발표까지 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이 주장하는 신형 방사포는 고도는 기존 방사포보다 낮은 편이지만,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방사포는 보통 직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미사일과 방사포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NSC 상임위원회 회의까지 소집해 내린 판단이 오판으로 확인된다면 우리 군 당국의 탐지·판단 역량과 대공 방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킬체인 무력화 우려도

특히 북한이 이번에 쏜 방사포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된데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전 사전 탐지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더구나 이번 신형 방사포는 유도 장치까지 장착해 미사일급 명중률을 갖춘 방사포를 탐지·요격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발사 직전에 사전 탐지해 요격함으로써 적의 도발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킬체인(전략 표적 타격) 전략이다. 그런데 킬체인의 첫 단계는 탐지인데, 한국군의 탐지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킬체인이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합참은 지난 25일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의 사거리를 두 차례 수정 발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두 발 모두 430㎞를 비행했다고 했다가, 두 번째 미사일은 690km를 날아갔다고 수정했다. 그러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2발 모두 비행거리가 600㎞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방사포든 탄도미사일이든 둘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방사포는 로켓탄뿐 아니라 전술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어서 북한이 발사한 것이 로켓탄이냐 미사일이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모두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방사포의 경우 사거리를 늘리고 미사일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여서 방사포와 미사일의 영역 구분이 옅어지는 흐름"이라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1/20190801020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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