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이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던 것과 엇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합참은 북한 매체 보도 이후에도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만약 군 당국이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오판한 것이라면 우리 군의 대북 감시·정찰 능력과 대공 방어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쪽 발표가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했는데도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이 신형 무기의 제원(諸元)을 감추려는 것이거나, 유엔결의안 위반 논란을 의식해 미사일을 방사포라고 거짓 발표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北 "신형 대구경방사포" 발표에도 軍 "단거리 탄도미사일"

합참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제 발사 이후 방사포 가능성은 없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라는 물음에는 "현재까지 평가 결과는 어제와 같다"고 했다. 또 '방사포를 (미사일과) 섞어서 쐈을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2발이라고 말씀드렸고, 그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부 탄종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란 당초 판단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같은 취지로 보고했다. 국정원은 "비행거리 250여㎞, 고도 30여㎞로 판단된다"며 "비행 제원의 특성이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유사하지만 북한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서는 "비행거리 600여㎞, 고도 50여㎞로 종말 단계에서 조종 날개를 이용해 비행궤적을 제어함으로써 사거리 연장과 요격 회피를 시도하는 비행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군, 처음엔 미사일·방사포 가능성 열어뒀다가 탄도미사일로 판단

군 내부에선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지는 않았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전날 오전 한국국방연구원(ADD) 포럼에서 "지난번(25일)과 같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도 있고 방사포일 수도 있다. 과거와는 조금 다른 제원으로 식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과 방사포일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 장관의 이 언급 이후 합참은 오전 8시 40분쯤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오전 5시 6분과 5시 27분에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익명 브리핑을 통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고 거듭 발표했다. 그날 오후에는 청와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발표까지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발표가 맞는지, 우리 군 당국의 평가가 맞는지는 당장 규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현재까지 시험 사격과 관련한 사진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표현 빌리자면 유도장치를 새롭게 한 대구경방사포인데 사거리뿐 아니라 탄두 중량을 늘렸을 수 있고, 정확도를 높였을 수 있다"며 "고도는 기존 방사포보다 낮은 편이지만,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방사포는 보통 직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미사일과 방사포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했다.

◇신형 방사포라면 유도장치 달린 300㎜ 또는 400㎜ 방사포 가능성

북한이 발표한대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면 300㎜(KN-09) 또는 유도 장치를 달고 사거리를 연장한 개량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300㎜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최대 200㎞로 추정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이를 개량해 사거리를 연장했다면 계룡대 이남까지도 방사포 타격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WS-2 다연장로켓과 유사한 400㎜ 방사포일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포나 탄도미사일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방사포는 로켓탄뿐 아니라 전술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어서 북한이 발사한 것이 로켓탄이냐 미사일이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모두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은 전날 발사한 신형방사포에 유도 장치가 달렸다고 밝혀, 사실상 미사일과 구분이 모호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북한에서는) MLRS 다련장포라고도 하고 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이라고 하는 공동의 플랫폼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단거리 무기의 경우에는 포와 미사일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고도 거짓 발표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결의안 위반인데,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방사포로 발표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전술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범철 아산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이 직접 지도했는데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유엔안보리 결의는 이미 여러차례 위반했기 때문에 제재를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한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이 클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을 공개하면 유사한 무기체계가 어떤 것인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개를 안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1/2019080101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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