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AP "北 '매우 조만간' 협상 재개 의사있다고 밝혀"
日紙 "트럼프, 판문점서 김정은에게 북한산 물품 무관세 약속"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전후해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협상)' 전술을 펴면서 도발을 통한 한반도 긴장을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사진 전달을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NSC의 '고위 당국자(top staffer)'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을 통한 방북을 기념하는 물건을 김정은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이를 볼 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난달 23~24일 방한에 동행한 NSC 당국자가 판문점을 찾아 북측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이 출국할 때 따로 남지 않았다면 23~24일 중 북측과 접촉했을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4일은 한국에서의 일정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이고 23일은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 직후인 25일 미사일을 쏘며 도발했다. 볼턴 보좌관의 방한 당시엔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동행했다. 이 중 후커 보좌관은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미측 실무 협상팀의 멤버였고,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당시에도 북측과 경호 문제 등을 논의했었다. 이를 볼 때 북측과 접촉 경험이 많은 후커 보좌관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와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에게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물밑 접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미·북 접촉에도 실무 협상이 언제 열릴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은 북측 당국자가 이 자리에서 미측에 "매우 조만간(very soon)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협상 재개 시점은 '매우 조만간'이 아닌 '머잖은 시점(in the near future)'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실무 협상 재개 시점을 명확하게 미측에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볼 때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전후해 미측에 협상 재개 가능성을 알려 향후 있을 실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31일 다시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실무 협상 재개와 관련해 "말할 게 없다"면서도 "너무 늦지 않게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회담 전에) 이뤄져야 할 예비 작업이 조금 있었다"며 "날짜를 정하고 싶진 않지만, 너무 늦지 않게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새로운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인물과 마주 앉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과 ARF에서 만나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그곳에 오는지 지켜볼 것이고, 만약 온다면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ARF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또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수행해 방콕에서 아세안 국가 관리들과 회동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대상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방콕에서 미·북 간 비밀 접촉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당시 북한 김정은에게 비핵화를 결심할 경우 북한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하면 북한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입품을 무관세로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신의주 경제특구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히는 등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1/20190801002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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