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흰색 천'은 충돌 방지용…南불빛을 北이라 착각해 표류"
"선원 중 군인 없어...군복처럼 보였지만 집에서 만든 옷"
전문가 "이례적으로 조속한 송환, 조사에 한계 있었을 수도"
 
지난 27일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소형 목선(왼쪽)이 28일 새벽 우리 군에 의해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발견 당시 목선에는 다수의 어구와 오징어 등이 실려 있었고, 돛대에는 흰색 천(붉은 점선)도 걸려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27일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소형 목선(왼쪽)이 28일 새벽 우리 군에 의해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발견 당시 목선에는 다수의 어구와 오징어 등이 실려 있었고, 돛대에는 흰색 천(붉은 점선)도 걸려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던 북한 목선과 탑승 인원 3명을 이날 오후 3시 31분 해상에서 북측에 송환 및 인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당 목선이 27일 오후 11시 21분 NLL을 넘은 지 이틀 만이며, 다음날 오전 2시 17분과 오전 5시 30분 탑승 인원과 선박이 각각 이송·예인된지 만 하루 반나절 만에 조치가 완료된 것이다.

이날 통일부는 "북한 선원의 자유의사에 의한 송환"이라고 했다. 군도 "대공 용의점은 없었다"고 했다. 해당 북 인원들은 합동정보조사 과정에서 "항로 착오로 NLL을 넘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선박이 △NLL 북쪽에 단독으로 머물다 엔진을 가동해 일정 속도로 정남향으로 내려왔고 △당시 남측 연안 쪽에 불빛이 충분히 포착 가능해 방향 감지가 가능했다고 추정됐으며 △우리 측에 발견 당시 흰색 천을 돛대에 달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자진 귀순 등의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됐다. 또 합동정보조사가 이뤄진 다음 날 북측 송환이 결정·실행돼 이전 사례에 비해 정부가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제기된 의문점들에 답하는 자리를 가졌다.

합참 "'흰색 천'은 충돌 방지용이었다고 진술"

합참 설명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지난 25일 오전 1시쯤 강원도 통천항을 출항, 동쪽 157km 해상에서 이틀 이상 오징어 조업을 하다 기상 악화로 북측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었다고 한다. 군은 "27일 오후 10시쯤 연안 불빛 형태를 보고 선장이 (통천항보다 북쪽에 위치한) 원산항 인근으로 오인해 항로를 (더) 남쪽 방향으로 향했다"고 했다. NLL 주변에서 표류 중이던 선장이 실제 위치보다 훨씬 북쪽에 있다고 오해했고, 이에 당초 출항한 곳이라 여겨지는 쪽으로 향하다 보니 더 남쪽으로 경로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선장이 남쪽 연안 불빛을 북측 연안 불빛으로 오인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GPS(위성항법장치)가 없고 나침반을 사용해서 경로가 명확치는 않다"면서도 "불빛을 착오했다고 진술이 일관됐다"고 했다. 해당 선박은 길이 10m, 너비 2m 가량으로 22마력 경운기 엔진을 장착했다.

또 발견 당시 목선은 돛대에 흰색 천을 달고 있어서 '귀순 의사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통상 백색 천을 흔드는 것은 상대방에 '공격 의도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15일 삼척항에 '입항 귀순'한 북한 목선의 경우는 흰색 천을 달지 않았는데, 당시 표류 과정에서 탑승 인원 4명 중 절반씩 귀순 의사가 각각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은 "(북 인원들이) 대형 선박들과 충돌 예방을 위해 출발 하기 전부터 통상적으로 부착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귀순 의사가 없다면서 흰 천을 걸고 육지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온 것은 이례적"이라며 "만약 의도적인 월경의 경우였다면 남측 경계 태세를 시험해본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27일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목선에 실린 어구들.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27일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목선에 실린 어구들. /합동참모본부 제공

3명 중 1명 군복이라더니, "군용 천으로 집에서 만든 것"

군은 "선박 안에 사용한 흔적이 있는 그물, 어구와 오징어 약 20kg를 포함해 선박 물품이 8종 66점으로 조사됐고 휴대폰 한 대, 개인 의류, 식기류 및 음식물 등이 있었다"며 "실제 조업 흔적이 있었으며 침투를 의심할 장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선박은 군 소속 부업선(副業船)으로서 개인이 배를 구매한 후 어획량의 일정액을 당국에 상납하고 선원들이 나머지를 분배하는 형태로 운영됐다고 한다. 군은 당초 북 인원 중 한 명이 군복을 입었다고 설명됐던 데 대해 "한 명이 군복으로 추정된 얼룩무늬 옷을 착용했는데, 장마당에서 원단을 사서 집에서 재단해서 입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군은 "3명 가운데 군인은 없었다"며 "지역합동조사에서 신원과 함께 민간인이란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지난 목선 귀순 당시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전투 훈련을 받은 북측 인원들에 대해선 (당국 조사 과정에서) 어깨와 목 근육 등으로 판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 "합동조사 세심하게 이뤄져야 귀순 의사 밝힐 수 있어"

정부는 3명 모두에게 귀순 의사를 물었는데, "아니오, 일 없다" 등으로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합동정보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일 없다'는 말은 '괜찮다'라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표현"이라며 "첫 대화에서부터 '탈북한 게 맞는다'고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도 했다. 통상 NLL 월경의 경우 국정원·안보지원사·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정보조사팀이 진술을 받는데, 복수로 탈북이 이뤄졌을 경우 북측에 두고 온 가족 등을 감안해 먼저 탈북 사실을 인정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번 입항 귀순한 목선의 경우, 귀순 의사가 있던 인원이 초기엔 북한에 보내달라고 하다가 중간 휴식 시간에 당국 측에 넌지시 귀순 의사를 전해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는 "(실제 뜻이 있었더라도) 탈북 의사를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통상 북 인원들에 대해) 긴장을 풀어주게 하기 위해 겨울에는 솜옷을 주기도 했었다. 편하게 생각하게 한 다음에 진술하게 하는 게 기술"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그처럼 세심하게 조사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합동 정보 조사를 통해 북측 인원들의 귀순 의사를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마음먹고 월경 의도를 속이고자 한다면 밝혀내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동해안에는 공군 기지와 해군 함대, 원자력 발전소 등 각종 군사·주요 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와 관련,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NLL 근처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은 (움직임을) 조선인민군이 통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월경 선박에 대해서는) 군사적 의도가 있다고 유추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고 했다. 남 전 차장은 "일단은 대공용의점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심층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사와 송환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데 대해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미 대화가 지연되고 있는데다, 북측이 지난 28일 11일간 억류했던 러시아 선박 탑승 한국인 선원 2명을 전격 송환해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서두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삼척항' 목선에 탑승한 인원 4명은 새벽 입항 후 당일 조사에 이어 다음날부터 관계기관 정보 공유와 북측에 대한 의사 타진 등을 거쳐 송환 완료까지 만 사흘 이상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에 송환까지 걸린 시간은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로 삼척항 때와 비교하면 절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합동정보조사 과정은 신원 보호를 위해 비공개되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면밀히 조사하고 기록에도 남는다"며 "삼척항 사태 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다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소형 목선(왼쪽)이 28일 새벽 우리 군에 의해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27일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소형 목선(왼쪽)이 28일 새벽 우리 군에 의해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9/20190729019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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