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승선, 어제 새벽 양양 군항 예인 귀순 의미하는 흰수건 내걸고 자체 엔진 이용, 일정 속도 越線
 

북한군 부업선(副業船)으로 추정되는 목선(木船)이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했다. 북 선원 3명은 최초 우리 군이 접촉하자 "귀순 의사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군 당국은 정황상 귀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밀 조사 중이다. 군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건 북한 목선 예인 작전이 종료된 지 2시간 만이었다. 군 안팎에선 "군이 지난달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당시 불거진 축소·은폐 의혹의 재발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신속 공개했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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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소형 목선(왼쪽)이 28일 새벽 우리 군에 의해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되고 있다. 발견 당시 목선에는 다수의 어구와 오징어 등이 실려 있었고, 돛대에는 흰색 수건(붉은 점선)도 걸려 있었다. 군은 목선에 타고 있던 선원 3명을 상대로 귀순 의사 등을 조사중이다.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8일 "어제(27일) 오후 11시 21분쯤 북한 소형목선이 동해 NLL을 월선함에 따라 우리 함정이 즉각 출동했다"며 "승선 인원은 오늘 오전 2시 17분, 소형 목선은 오전 5시 30분쯤 강원도 양양 지역 군항으로 이송 및 예인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문제의 부업선은 27일 오후 10시 15분쯤 동해 NLL 북방 5.5㎞ 해상(육지 기준 19.6㎞)에서 육군 레이더에 최초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주변에 함께 조업하는 어선이 없었고, 이 선박만 한 척 있었는데 계속 남하해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고 했다.

해군 고속정과 특전 고속단정(RIB), 초계함이 출동한 사이 부업선은 오후 11시 21분 NLL을 넘었다. 우리 고속정이 이 선박을 최초 발견한 건 그로부터 20분 뒤였다. 고속단정을 타고 부업선에 접근한 특전요원들은 28일 오전 0시 18분 부업선에 올라 선원 3명이 승선한 사실을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선원들은 월선 배경에 대해 '방향성을 잃었다' '항로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귀순 의사가 있느냐'는 군 요원의 질문에는 "아니요, 일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부업선 NLL 남하 상황

하지만 군은 부업선을 바로 돌려보내지 않고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했다. 부업선이 우리 군에 의해 발견된 해역에서 연안의 불빛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선원들이 '항로 착오'라고 얘기한 점이 석연찮다는 것이다. 최초 포착 당시 NLL 북방에 이 부업선 한 척만 있었던 점, 자체 엔진을 이용해 일정한 속도(2~5노트)로 월선한 점에 대해서도 군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이 부업선과 접촉했을 당시 마스트(돛대)에는 '흰색 수건'도 걸려 있었다. 군 관계자는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 단순히 빨래를 걸어 놓았던 것인지 등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일반적으로 흰 수건을 마스트에 걸어놓는 건 귀순하겠다는 뜻"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군은 이날 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언론에 공개했다. 한 군 관계자는 "귀순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합동 심문이 마무리된 뒤 발표한다"며 "작전 종료 2시간 만에, 합심을 막 시작한 시점에 언론에 공개한 건 마음이 급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군은 부업선 발견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공개했다. 합참은 "10m가량인 부업선에 다수의 어구와 오징어 등이 적재돼 있었다"며 사진을 제공했다. 3명의 선원에 대해선 "한 명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며 "다만 이들이 군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북한이 다음 달로 예정된 '19-2 동맹'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강력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한 '무력시위'까지 벌이는 민감한 시점에 휘발성이 큰 귀순 이슈가 터졌다는 것이다. 과거 귀순 사건 때마다 북한은 "남측 귀순 공작의 결과" "사실상 납치"라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계속 반발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귀순자까지 나오면 현 정부 입장에선 대형 악재"라며 "하지만 지난번 목선 입항 귀순 사건으로 몰매를 맞은 군이 일단 모두 공개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비역 장성 A씨는 "군은 '내 코가 석 자'란 생각"이라며 "귀순자가 나오면 청와대가 난처할 수 있겠지만 일단 군이 살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군은 이날 부업선 월남 관련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난 목선 귀순 당시 문제 됐던 '인근'이라는 용어를 두 차례 사용했다. 군 당국자는 "인근에서 경계 작전 중이던 초계함과 인근 군항에 정박 중이던 고속정 등을 이번 사건에 투입했다"고 했다. 군에서는 "최소 10여㎞ 떨어진 지역에서 이동한 작전 병력에 대해 '인근'이라고 한 것은 지난 '삼척항 인근' 사건 당시 용어 선택의 잘못을 자인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9/20190729002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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