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무력 협박]
트럼프가 자랑한 '북핵 관리' 치적 깨질까봐 北도발 의미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5일(현지 시각) 미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미·북 정상 관계가 좋고, 북한과 외교 통로가 열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라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치적을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비핵화 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모두가 협상을 준비하면서 지렛대(leverage)를 만들고, 상대편에 대한 위험 요소(리스크)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6·30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하지 않고, 협상팀을 복귀시켜 협상을 재개한다는 두 가지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무 협상 재개를 앞두고 '몸값 올리기' 차원에서 약한 수준의 도발을 한 것이고,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한 용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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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에스퍼 국방장관 취임식서 경례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미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맨 왼쪽은 이날 취임한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EPA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걸 강조했다. 그는 "나는 그들(미·북 정상)이 문서(합의문)에 서명하던 날 거기에 있었고, 김 위원장은 나에게 무려 6차례 이상 (비핵화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실무 협상 시기와 관련해서는 "몇 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좀 더 기다리더라도) 생산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곧 실무 협상에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 근거가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북한을 다독여서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상황이라고 트럼프 행정부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어떤 적도 미국의 육군, 해군, 공군, 해안경비대, 해병대의 엄청난 힘에 필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직접적 발언은 하지 않고 '강력한 국방'만 강조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북한은 그저 소형 미사일 테스트를 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규탄·비판 등 강경한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이 일어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한 정도가 전부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북한과 맺은 외교적 관계에 헌신하고 있으며, 실무 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계속 압박하고 희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성과인 북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발사 중지)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분명히 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까지 북한의 중대한 도발을 차단하는 '상황 관리'가 주요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봉영식 연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오바마와 비교하며 북핵 위기가 악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자신의 치적을 폄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선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 의회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추가적인 대북 제재 추진 등 대북 압박론이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상원 외교위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당)은 트위터에 "이번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행정부는 북한 및 그 모든 조력자를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부과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에 완전하게 최대 압박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썼다.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 마키 상원의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고강도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실무 협상도 진행 중인 게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정상회담에 참여해왔다"고 비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7/20190727001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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