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사치품, 누가 어떻게 운반했나
센터가 16일(현지 시각)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두 대의 '벤츠 S600 풀만 가드'가 컨테이너에 각각 실린 채 선박편으로 중국 다롄항으로 향했다. 일본에 있는 '주이스요'라는 업체가 벤츠의 수령자로 기록돼 있다. 이 컨테이너는 41일간의 항해를 거쳐 7월 31일 다롄항에 도착했고, 하역 후 8월 26일까지 이 항구에 머물렀다. 이후 벤츠는 일본 오사카항을 거쳐 9월 30일 부산항에 도착한다. '일본 미노로지스틱스'가 '한국 미노로지스틱스'에 이 화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컨테이너는 부산항에 도착한 후 토고 국기를 단 화물선 DN5505호에 옮겨져 러시아 나홋카로 향했다. 센터는 DN5505호가 9월 30일 출발했다고 했지만,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은 10월 2일 이 배가 출항했다고 기록했다. 선박은 출항 후 곧바로 선박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 대북 제재를 피하려는 선박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컨테이너를 보낸 회사는 '주이스요'이고, 받는 회사는 '도영 시핑(Do Young Shipping)'이었다. '도영 시핑'은 DN5505호 소유주다. DN5505호는 김정은 전용 차량을 운반한 넉 달 후인 지난 2월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 3217t을 싣고 포항으로 들어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벤츠 차량은 10월 5일 나홋카에 도착한 후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다. 센터는 이 차량들이 항공편을 통해 북한까지 운송된 것으로 추정했다. 10월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간 북한 고려항공 소속의 일류신 IL-76 화물기 3대가 이 차량을 운송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벤츠 차량과 같은 모델은 이로부터 4개월 후인 지난 1월 31일 평양 거리에서 처음 포착됐다.
'벤츠 운반'에 개입한 몇몇 기업들의 정체도 미스터리다. 네덜란드→중국, 부산→나홋카로 벤츠가 운반될 때 개입한 '주이스요'의 사장과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이 화물을 보낸 '일본 미노로지스틱스'의 이사는 송모씨라는 동일인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일본 미노로지스틱사'의 대표 A씨와 '주이스요' 사장 송씨의 주소지도 같았다고 한다. 이 회사들이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걸 시사한다. 다만 A씨는 일본 지지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으로 가는 승용차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대북 소식통은 "대북 제재망이 촘촘해지면서 중국을 통한 밀수출에 대한 단속이 늘어나자 '밀반입' 경로가 다국적 다단계로 늘어난 것 같다"며 "이번 사례는 몇몇 특정 기업이 북한을 위한 '화물 세탁망'을 가동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8/20190718001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