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과 대화 중단 위협
 

정부는 16일 북한이 미·북 실무협상 보이콧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중단) 약속의 파기를 위협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급속 냉각됐던 미·북 관계가 '6·30 판문점 회담'으로 급반전되며 조만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판문점 회동'에 대해 "정체 중이던 비핵화 협상의 재가동 동력을 확보했다"며 후속 실무회담을 낙관하는 취지로 보고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북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기싸움"이라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새로운 셈법'을 갖고 오라고 했는데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꾸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담판을 앞둔 '몸값 높이기'이자 '샅바싸움'이란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북한이 처음에 없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로 오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북한이 현재로선 미국과 대화할 뜻이 없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판문점 회동' 이후 트럼프 행정부 주변에서 '북핵 동결'이 협상안으로 언급되는 등 일부 전향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북 제재의 유지 기조가 뚜렷하다"며 "북한으로선 지금 협상에 나가 봤자 얻을 게 없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회담 불참' 결정을 내려놓고 한·미 연합 훈련을 핑계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북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가 빈말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에서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 조(북)·미 수뇌 상봉 때도 우리 외무상과 미 국무장관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했다. 특히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공약'으로 표현하며 미국의 공약 불이행(훈련 실시)에 "우리가 공약에 남아야 할 명분도 사라져 간다"고 했다.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선전해온 모라토리엄 폐기까지 시사한 걸 보면 훈련 중단 요구가 빈말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한 '19-2 동맹' 훈련은 한국군 주도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 위기관리 연습이다. 작년에 폐지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대체한 것으로, 다음 달 5~23일 실시된다. 특히 이번 훈련의 목적은 우리 군의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전작권 전환 시기에 큰 영향을 준다. '전작권 임기 내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날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6·30 판문점 회동'에 대해 "남·북·미 정상 간 신뢰 관계와 톱다운 방식의 유용성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하며 후속 미·북 실무협상에 대해선 "조만간 재개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실무협상 불참을 시사하는 발표를 하기 직전까지 정보기관이 그런 조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하노이 협상'의 북측 실무 책임을 맡았다가 처형설이 나돌던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와 관련,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02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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