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 노선'도 개정 헌법서 삭제⋯미·북 대화 고려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에서 김정은이 맡고 있는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질은 물론 명목상으로도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임을 헌법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는 이날 이런 내용의 개정 북한 헌법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국무위원장은 국가 대표하는 최고영도자"

개정 헌법에 따르면, 제100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규정했다. 2016년 6월 개정된 직전 헌법에선 국무위원장직을 신설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만 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이번 헌법 개정 전까지 북한을 대표하는 명목상 국가 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다만 이번 개정 헌법도 종전 헌법과 마찬가지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돼있다. 북한이 개정 헌법에서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모두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했지만, 국무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지도자이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신임장 및 소환장 접수라는 상징적인 외교 업무와 관련해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로 한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인민군 통수권을 명시한 102조에는 '무력총사령관'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등장했다. 개정 전에는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 규정했었다.
 
북한 금수산 태양궁전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조선일보 DB
북한 금수산 태양궁전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조선일보 DB

◇ 경제개혁조치도 헌법에 명시

개정 헌법엔 김정은 정권의 사회·경제 개혁 노선이 대폭 반영되고 그 의미도 구체화됐다. 김정은 체제 들어 도입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33조)를 국가경제 관리의 기본 방식으로 제시하고,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32조)는 표현이 더해졌다.

김정은이 2013년 선군절(8월 25일) 담화에서 제시한 '전민과학기술인재화'(40조) 구호도 처음 등장했다. '유능한 과학기술 인재'(46조) 육성과 '과학연구 부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50조) 확대 등의 목표도 헌법에 명시했다.

과학기술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또 기술 혁신의 목표를 '근로자들을 어렵고 힘든 로동에서 해방하며 육체로동과 정신로동의 차이를 줄여나간다'에서 '경제건설을 다그쳐나간다'로 전환했다.

경제 분야에서 내각의 역할도 헌법에서 강화됐다. 개정 헌법 33조엔 "국가는 생산자대중의 집체적지혜와 힘에 의거하여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운영하며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고 돼있는데 '내각의 역할을 높인다'는 표현은 이전 헌법엔 없었던 표현이다.

대외무역 분야에서의 국가의 역할도 한층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이전 헌법에서 '국가는 완전한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무역을 발전시킨다'는 조항이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하며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경제관계를 확대발전시킨다'고 개정됐다. 해외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 '민족의 태양' 등 우상화 표현 대거 삭제

종전 헌법 서문(序文)에 있었던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통일의 구성이시다"는 문장은 개정 헌법에서 통째로 빠졌다. 대신 김일성에는 '위대한 수령', 김정일에는 '위대한 령도자'란 수식어를 붙였다. 북한이 최근 역대 지도자의 우상화 선전에서 '신격화'를 배제하는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관통하며 '신성 불가침'의 여겨졌던 저작(著作)표현들도 대거 삭제됐다.

김일성 주석의 사회주의경제관리형태를 말하는 '대안의 사업체계'와 '독립채산제'와 같은 표현은 이번 개정 헌법에선 삭제됐다. 대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한다고 표현했다. 대안의 사업체계란 집단주의를 기초로 하는 북한의 경제 관리 형태로 당 중심의 정치 사업을 앞세우는 게 특징이다.

'대안의 사업체계'와 함께 김일성의 대표적인 경제 관리 지침인 '청산리정신, 청산리방법'도 개정 헌법에선 지워졌다. '청산리정신, 청산리 모델'은 '당중심의 공산주의 지도 방법'으로 김일성이 1960년 평남 강서군 청산 협동농장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지시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북한에서 관용적으로 사용하던 '우(위)가 아래를 도와준다'는 표현도 개정 헌법에선 삭제됐다.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선군노선'에 대한 표현도 모두 삭제됐다. 당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로 운영하겠다는 김정은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1/2019071102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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