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대한(對韓)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해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이 ‘한국에 수출된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불법 유출됐다’는 주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안보 문제 관련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보타 사무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선 국제법에 따라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도록, 특히 한국 정부에 (갈등 해소 노력을) 기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부터 방일(訪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도쿄에서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정시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들의 ‘경제 보복’을 합리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지난 5일 "(한국으로 수출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고, 자민당 간부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대량 주문이 급히 들어왔는데 (수출 뒤) 한국 기업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에칭가스는 독가스나 화학 병기 생산에 사용되는 것으로 행선지는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에칭가스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3대 품목 중 하나다. 일본 정부 측은 북한 관련설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사무총장이 8일 일본의 대한 수출 제한 조치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TBS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사무총장이 8일 일본의 대한 수출 제한 조치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TBS

한편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자국 정부의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타당하다는 여론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TBS 방송 계열사인 JNN이 지난 6~7일 양일간 성인 2312명을 상대로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 조치한 데 대해 응답자 중 58%가 ‘타당하다’고 답했다. ‘타당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9/20190709019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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