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가 TV 선거 토론에서 "한국은 (대북) 제재를 잘 지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 간 약속(한·일 청구권)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 무역 관리 규정도 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출 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고 한국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이유로 '북한'을 끌어들인 것이다. 아베는 "개별 사안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의 측근들은 노골적으로 '북한 관련설'을 흘리고 있다.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고, 일본의 한 TV는 자민당 간부가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 가스가 한국에 대량 수출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행선지는 북한"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에칭 가스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3대 품목 중 하나다.

일본 주장대로 한국에 수출된 전략 물자가 북으로 불법 유출됐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일본보다 우리 안전을 더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북 관련설'에 대한 구체적 근거와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아베가 거론한 '부적절한 사안'은 무엇이며 한국의 어떤 기업이 언제, 어떻게 에칭 가스를 북으로 반출했다는 건가. 일본이 '북'을 들먹이는 건 대한 수출 규제가 '경제 보복'이 아닌 '안보 차원'이란 억지를 뒷받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일본이 근거도 없이 '북 관련설'을 퍼뜨리는 건 한국이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으로 불법 반입됐고 미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의심 선박 리스트에 한국 배 한 척을 명시하기도 했다. 한국이 대북 제재 위반 '요주의 국가'가 된 틈을 일본이 파고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북 관련설'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인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일본 말이 맞는다면 한국은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일본 선거가 코앞이라지만 함부로 떠들 내용이 아니다. 일본은 이웃 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을 합리화하려고 가짜 뉴스까지 동원하는 나라가 됐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8/2019070800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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