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외교 관계 수립 前단계… '北 체제 안전 보장' 뜻도 전달
"비건 대표도 비보도 전제로 언급" 美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 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북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평양 주재 미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개설을 제안했던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양국 관계 개선과 협상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그 방편 가운데 하나로 연락사무소 설치안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하며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 관계 수립의 전(前) 단계에 해당하는 연락사무소 개설은 지난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주요 의제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미·북 판문점 회동이 예상보다 긴 시간 진행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 시각)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 회견을 갖고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 제재를 완화할 의향은 없지만, 그사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며 "이는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인적 교류 확대, 서로 수도에 주재하기(presence)"라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나씩 이행한다면, 이에 상응해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미·북 관계 개선을 통해 노벨 평화상 수상을 노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에 대해 "적대 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에도 인도주의적 지원과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을 북측에 타진했지만 북한은 번번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과감한 제재 완화 같은 확실한 보상이 주어져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비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내 회견'에서 "미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 대량파괴무기(WMD)를 완전히 동결해주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미 정부는 동결, 비핵화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길 원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길로 가는 로드맵에 대해 협의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한다고 해서 제재를 해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판문점 회동' 이후 첫 미·북 고위급 회담이 다음 달 초 태국에서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오는 8월 2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 여러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ARF 외교장관 회의는 북한과 미국이 함께 참가하는 유일한 장관급 회의체로, 미국은 물론 북한도 매년 참석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ARF에 앞서 이달 중순 비건 대표와 북측 간의 실무 협상도 예정돼 있다"며 "이 협상의 결과에 따라 ARF에서의 고위급 회담의 성사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4/20190704002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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