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선' 조사결과 의문점 여전
 

정부는 3일 '북한 목선 입항 귀순' 사건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계 근무 태세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축소·은폐 의혹은 부정했다. 문책도 삼척 지역 해안선 경계를 책임졌던 일선 부대 지휘관과 8군단장 위주로 이뤄졌다. 23사단장은 사건 당시 휴가 중이었는데도 징계위에 회부됐다. 청와대와 군 지휘부는 축소·은폐 의혹과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청와대는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엄중 경고' 조치했다. 안보실 1차장은 군의 경계 태세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직책이다. 그런데도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 축소·은폐 발표 의혹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北목선 경계 실패 사과한 정경두 국방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 장관은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北목선 경계 실패 사과한 정경두 국방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 장관은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뉴시스
◇안보실 차장 징계, 축소·은폐 책임?

청와대는 이날 정부의 목선 조사 결과 발표 6시간 만에 뒤늦게 김 차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한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왜 경고 처분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안보실은 국민이 불안하거나 의혹을 받지 않게 소상히 설명했어야 함에도 경계에 관한 17일 군의 발표 결과가 '해상 경계 태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께서도 이 점을 질책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직접적 경계 책임이 없었던 김 차장에게 사실상 축소·은폐 논란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경계 태세 문제점만 인정

정부는 이날 경계 태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북한 목선이 삼척에 입항하는 장면은 인근 소초에서 운영하는 지능형 영상 감시 장비(IVS)와 해경·해수청, 삼척수협의 CC(폐쇄 회로)TV에 포착됐다. 귀순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14일에는 북한 목선으로 추정되는 표적이 한 레이더 기지 구역에 포착됐다. 하지만 당시 운용 요원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북한 목선은 또 다른 레이더에도 포착됐지만, 운용 요원은 이를 '해면 반사파'로 오인했다. 육군 23사단 초동 조치 부대의 현장 출동도 늦었고, 합참의 상황 전파도 지연됐다고 했다.
 
국방부의 북한 목선 입항 귀순 조사 결과와 남는 의문점

◇누가 '삼척항 인근'이라 발표했는지 안 밝혀

김 차장에 대한 문책은 있었지만 정부는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던 '북 어선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토록 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삼척항 인근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사용한 사람이 누구냐'는 거듭된 질문에 "유관 기관과 협의해서 나온 것"이라고만 했다.

정부는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은 초기 상황 관리 과정에서 대북 군사 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라며 "군이 군사 보안적 측면만 고려하여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군과 해경 등 일선 부처가 이에 대해 청와대의 언론 대응 지침을 받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군과 국정원, 해경은 모두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경계 태세 문제없다"… 군 내부 협의?

군이 17일 "경계 태세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한 경위도 의문이다. 군은 "내부적으로 협의한 결과"라며 "안이했음을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이 인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입항 귀순' 직후 이미 경계 태세의 문제점 등이 담긴 보고서를 군 수뇌부에 올렸다. 이 보고서가 청와대로도 보고됐는지, 윗선의 누가 '경계 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는지가 핵심인데 정부는 '군 내부 협의'라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목선 표류 발표는 귀순자 거짓말 때문"

군은 북 목선이 오징어 조업을 했다고 했지만 어선에서 오징어 먹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업을 두 차례만 했다"며 "오징어는 그물을 들어 올릴 때 먹물을 내뿜고 이후에는 물만 내뿜어 선체에 먹물이 많이 묻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목선이 조업을 했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깨끗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지난 17일 목선이 마치 표류해 온 것처럼 브리핑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귀순자가 최초 심문에서 표류한 것처럼 진술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초 진술 이후 이틀이 지난 뒤에도 상황 파악을 못 했다는 건 납득이 안 간다'는 지적이다. 각종 의문이 이어지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은 이번 목선 입항 귀순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칼 주름 옷은 출항 검열 통과용

한편 정부는 이번에 귀순한 20대 청년의 '칼 주름' 인민복에 대해 "출항 시 검열에 대비해 깨끗한 인민복 옷을 입었고, 이후 작업복을 입었다가 삼척항 입항 전 다시 인민복으로 갈아입은 것"이라고 했다. 귀순 의사가 없던 선원 2명은 NLL 월선을 뒤늦게 알아채 반발했지만 "가고 싶으면 내려서 걸어가라"는 선장의 말에 일단 한국행에 순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4/20190704001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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