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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과 '김정은 핵보유' 거래, 용납할 수 없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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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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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는 사실상 없었다. 2~3주 내에 미·북 간 실무 협의가 시작된다는 정도였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견해차는 좁혀진 것이 없다"고 했다.

김정은의 생각이 그대로인 한 북한 실무자들이 핵 시설 신고와 검증에 합의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트럼프는 "빠른 시간 내에 북핵을 없애겠다"는 장담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사라졌다"는 말만 한다. 트럼프가 이번에 "2년 전에는 한반도 상황이 안 좋았는데 내가 대통령이 된 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하는 그 '진전'이 바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이다.

트럼프는 이것을 내년 11월 대선 때 주요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고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정치 이벤트를 계속하는 것은 대선 때까지 북의 도발 중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칼자루를 김정은이 쥐게 된다. 김정은이 미국 대선 중요한 시점에 ICBM 발사를 준비하면 트럼프가 어떤 양보를 할지 모른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판문점 회동 사실 사진 35장을 공개했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다급하게 찾아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선을 망칠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마주 앉은 판문점 한국 지역 '자유의 집' 회의실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번갈아 7쌍씩 내걸렸다. 태극기는 없었다. 이곳은 싱가포르나 하노이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 당사자다. 그런데도 한국 영토에서 만난 미·북 정상은 한국을 존재하지 않는 나라인 양 취급했다. 북한이 미·북 구도에 한국이 끼어드는 걸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반도 운전자'가 '촉진자'가 되더니 이제 관중석으로 밀려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서 한국 측 입장을 대변할 유일한 사람이다. 한국의 입장은 5100만 국민이 김정은의 핵인질, 핵포로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핵 협상의 본질보다는 미·북 이벤트, 남북 이벤트 자체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북 협상의 감시자 역할을 포기하고 고삐를 놓아 버리면 북핵 협상 구도는 철저히 미·북 양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흘러가게 된다. 그런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판문점 회견에서 북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나는 미사일 발사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영토에 날아올 수 없기 때문에 미사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 미사일이 한국 영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엔 관심도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가 대북 제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이다. 제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다. 제재가 김정은 체제의 숨통을 조이고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제재로 자신이 망할 수도 있는 벼랑 끝에서만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어떤 이벤트를 벌이든 대북 제재만은 지켜야 한다.

트럼프가 제재 해제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김정은도 트럼프, 문재인 정부 때가 아니면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년 11월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다급해지는 시기를 노려 도발을 위협하며 제재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그때까지 대북 제재를 지켜내는 것이 북핵 폐기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한국 정부는 반대로 갈 것이다. 국민이 눈을 뜨고 있는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1/2019070103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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