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美北정상회담] 판문점 즉석 회담
트럼프 "포괄적인 합의가 목표… 실무협상 통해 알 수 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브리핑에서 "포괄적인 좋은 (비핵화)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며 "(비핵화 합의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무 협상을 통해 (추가 미·북 회담이) 가능할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구체적인 북핵 논의는 못 했지만, 향후 실무 회담을 통해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와 관련한 복잡한 현안보다는 미국과 북한 간 관계 유지 및 대화 재개에 무게를 둔 회담이었다"고 했다. 향후 미·북 간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는 실무 협상팀의 향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좋다"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 회담을 마친 뒤 "모든 일(비핵화 협상)이 해결되면 북한을 기다리는 크나큰 번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며 "북한은 크나큰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김정은과 우호적 관계만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정은과 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고 있다는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북 협상은 교착에 빠져 있다. 미·북 간 실무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를 듣고 '뭘 한 것이냐'고 하는데 굉장히 많은 부분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2년 반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톱다운 대신 실무 협상을 우선하겠다던 입장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북 제재 완화 서두르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제재에 대해선 유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제재 완화를 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이란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며 "서두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이후 "영변 핵 단지 폐기는 비핵화의 입구"라며 대북(對北)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핵화 조치들이 진정성 있게 실행된다면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공약한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한·미 간)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지난 28일 "6·12 싱가포르 성명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 이후에도 "제재가 언젠가는 없어지길 바라지만 지금은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으로 인해 향후 북핵 논의가 미국이 주장한 '일괄 타결식 빅딜'이 아닌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포괄적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북 정상이 깜짝 회담을 했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본질적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다시 실무 협상으로 키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1/20190701001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