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동반 DMZ 방문은 처음
文·트럼프, 오늘 오후 DMZ 동행 때 김정은 깜짝 등장하면 사상 첫 남·북·미 정상회동 가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친교만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친교만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오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DMZ행에 동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함께 DMZ를 찾는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오늘 DMZ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길 기대한다"면서 "북한도 만나고 싶어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DMZ에 나타난다면 사상 첫 남·북·미 정상회동이 성사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특히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이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냉전 체제의 마지막 남은 현재진행형 유적지를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자기가 추진해온 남북 평화 프로세스의 필요성을 트럼프 대통령과 전(全)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작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걸었던 도보다리를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걷는 '극적'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문 대통령의 DMZ 동행이 더 주목되는 까닭은 사상 첫 남·북·미 정상회동 성사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전 트위터로 DMZ에서 김정은과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로부터 5시간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9일 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리셉션을 마친 뒤 친교만찬을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는 중 ‘북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연락받은 게 있다(We have, yes)"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DMZ 회동 성사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는 기회에, 문 대통령까지 함께 하는 이벤트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환영 인사를 나온 평양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환영 인사를 나온 평양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 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직접 미국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DMZ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트럼프·김정은 양자 회동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한 길에 DMZ를 찾는 만큼, 만약 김정은이 DMZ 회동에 응하기로 결심했다면 문 대통령까지 함께 하는 문제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까지 문 대통령이 동행했는데, 미·북 정상 판문점 회동에 문 대통령만 빠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를 문 대통령이 수용한다면, 미·북 대화에서 코리아 패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의 지난 5월 단거리 미사일 도발 이후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북한 쪽 반응이 미지근하자 정상 회동을 통해 실무회담을 추동하는 접근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하지만 사전 실무 접촉 없는 가운데 미·북 정상이 만난다해도 양측이 하노이 회담 기조에서 입장을 바꾸는 수준까지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남·북·미 정상회동이 이뤄진다면 한국 정부 입장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대로 미·북 회동으로 가거나, 아예 회동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엔 트럼프의 트위터 하나에 한반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셈이어서 논란이 클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30/20190630002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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