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 트럼프 대통령, 'DMZ 정상회담' 깜짝 제안
5시간 뒤 김정은 최측근 최선희, "매우 흥미로운 제안" 화답
트럼프·김정은, 美대선·北체제안정용 돌파구 필요
美, 대북 채널로 공식 제안하면 'DMZ 회동' 전격 성사 가능성

29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5시간 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이 담화를 통해 아직 공식제의는 받지 못했다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DMZ 깜짝 만남 제안을 한 뒤 일본 오사카 G20 회의장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최선을 다 해보자"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번 방한에서 사상 첫 남·북·미 3자 DMZ 회동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교 만찬을 한 뒤 30일 오후 DMZ를 찾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뒤에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뒤에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제안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빨리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을 두고, 트럼프의 방한 기간 동안 미·북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미 양측 모두 며칠 전까지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일각에서는 미·북 정상 만남을 넘어 남·북· 미 세 정상의 극적인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이 "공식 제의는 없었다"고는 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G20회의장에서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의 DMZ 깜짝 만남 의사를 내비치고, 그로부터 5시간만에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답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위터 메시지를 낸 뒤 북한의 반응이 나오기 전, 기자들을 만나 "트윗은 오늘 아침 생각했으며, (북한의)속을 떠 본 것"이라고 했다. 미·북 간 최종적인 회동 조율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이 거기(DMZ)에 나온다고 해도, 2분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라며 회동 성사에 대한 기대를 내보였다. 곧이어 G20 정상회의 세션3에 참석하는 길에 라운지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가가 "내 트윗을 보셨나. 함께 노력해보자"라고 말한 후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기도 했다.

최선희의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반응은 그로부터 2시간여 뒤 나왔다. 특히 주목되는 건 최선희가 이런 입장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공식 담화 형식을 빌어 나타낸 점이다. 이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공식 제안을 기다린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선희는 또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북·미) 수뇌 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 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 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한 전문가는 "최선희의 이런 담화를 통해 볼 때 김정은의 최종 결심만 남은 단계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 정상 라운지에서 G20 정상회의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 전 라운지에서 있는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와 '내 트윗 보셨습니까?' 라고 묻고, '함께 노력해봅시다.'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고 전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 정상 라운지에서 G20 정상회의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 전 라운지에서 있는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와 "내 트윗 보셨습니까?" 라고 묻고, "함께 노력해봅시다."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고 전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이날 오후 일본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DMZ에서 만나자는 요청에) 매우 수용적이었다"면서 "그가 응답했으니 두고보자"고 했다. 그는 김정은을 DMZ에서 만나 북한 땅을 밟을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고 김정은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다. 그저 빠르게 ‘안녕’이라고 인사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인사를 나누는 약식 회동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김정은과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과 회담을 가지겠지만 그와는 아니다"라면서도 "어쩌면 그와 다른 형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과 남북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지난 2월 미·북 정상회담 결렬 뒤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의 복원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또 트럼프는 대선 재선전(戰)에 들어간 상태고, 김정은도 대북 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부 체제 단속을 위해 뭔가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복잡한 의전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DMZ 회동은 트럼프·김정은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답게 관습적 예상을 깨는 파격 행동을 많이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김정은과 깜짝 'DMZ 회동'을 제안한 시간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28일 저녁 6시51분으로 미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프라임 타임이다. 특히 미국에선 전날 밤 민주당 대선주자 1차 TV토론이 열렸고 1810만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다. 'DMZ 정상회담'란 파격 흥행 카드로 미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정은 역시 작년 6·12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이런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십분 활용하는 대미 전략을 구사해왔다.

청와대는 미·북, 또는 남·북·미 정상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회담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이라기보다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미·북 협상 주도권을 존중해주면서, 최종 확정 단계까지 침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미·북 깜짝 회동이 성사되면, 자연스럽게 남·북·미 회동 성사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방한했을 때 DMZ 동반 방문을 준비했으나 기상 문제로 무산됐던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에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도 참여하는 남·북·미 3자 정상회동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이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오후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오후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의 비핵화 실무 라인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7일 서울에 도착했으며, 28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비건은 29일(오늘) 오후 일정이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매우 바쁜 하루"라고 해 북측과 접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과 북측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트럼프·김정은 DMZ 만남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무리 깜짝 만남이라 해도 정상이 만나는 자리인데 의제나 형식 등에 대한 준비를 하기엔 너무 짧은 기간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 대해서도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이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만남 하루를 앞두고 이미 친서 교환에 이은 물밑 조율을 끝내놓은 것 아니냐는 반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9/20190629012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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