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 한·러 정상회담, 53분 중 8분간 단독대화…靑 "북·러 정상 대화 깊게 논의"
文대통령 "제재해제 여건 조성돼 남북러 협력 추진 희망" 푸틴 "대북지원 환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오사카(大阪)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의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오사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 언급 외에) 북·러 정상이 (지난 4월) 나눈 여타 대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단독회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러 정상은 이날 새벽 0시 36분부터 45분간의 확대회담에 이어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8분간 단독회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한 호텔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한 호텔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4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대화 내용은 이미 우리 정부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물론 4월 회담 이후 개략적인 내용을 저희가 듣긴 했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의 입으로 김정은과 나눈 얘기를 생생하게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골자의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상세히 밝히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 달성 원칙과 이를 위한 남북 및 미·북 대화의 진전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큰 도움이 되며 앞으로 러시아와 긴말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교환으로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높아졌다"며 "이런 긍정적인 모멘텀을 살릴 수 있도록 러시아·중국과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대북제재 해제 등 여건이 조성돼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희망한다"며 "철도·가스·전력 분야에서 양국 간 공동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또 양 정상은 올해 2월에 서명된 '9개 다리 행동계획'이 체계적으로 이행돼 구체적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두 사람은 지난 20일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가 공식 선언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를 토대로 상품 분야를 포괄하는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FTA 논의도 추진력을 얻게 되길 함께 기대했다. 양 정상은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를 위해 한국 조선사들과 협력이 진행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 부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가급적 조속히 방한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과거 방한 시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에 적극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한·러 정상회담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원래 일찍 끝났어야 될 만찬이 1시간 늦게 된 것과 또 하나는 우리 앞에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정상회담이 1시간 더 오래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런 상황적인 불가피성을 러시아 측은 저희한테 계속 설명했고, 저희 의전과 실무진 간에 이런 상황적 불가피성에서 긴밀히 소통했고, 그래서 우리 대통령께서 호텔에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프랑스와 러시아 회담이 끝난 직후에 출발하셔서 회담을 정상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러 정상회담은 애초 지난 28일 오후 10시 45분 열리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2시간이 늦은 29일 오전 0시 36분에 시작됐다. 이날 한·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웃으면서 "사상 초유의 심야(새벽) 정상회담인가요"라고 말했다고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9/20190629005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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