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삼척항 인근" 브리핑
軍안팎 "윗선의 판단 작용한 듯"
 

북한 목선(木船) '입항 귀순' 사건 초기 조사를 맡았던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삼척항 입항'이 명시된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군은 브리핑 과정에서 보고와 달리 '삼척항 인근'으로 용어를 바꾼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전비태세검열실의 보고서에는 23사단과 동해1함대의 경계태세를 지적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은 지난 17일 브리핑 당시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청와대 등 윗선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이날 "전비태세검열실은 '팩트'를 보고하는 집단이라 숨길 것이 전혀 없다"며 "(사건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건 지휘관의 몫"이라고 했다. 전비태세검열실은 있는 그대로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이를 왜곡·축소해 공개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다.

전비태세검열실은 사건이 일어난 지난 15일 오후 3시 삼척항에 도착했으며, 당시 현장도 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해 축소 논란이 일었던 브리핑에 대해 "전비태세검열실은 사실만 보고할 뿐 조사 결과에 대해 '성공이다 실패다'를 판단하지 않는다"며 "해군과 23사단의 경계 작전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가를 점검하고, 본 것을 조사 결과에 담았다"고 했다.

그는 "해군이 계획대로 작전을 했는지를 다 봤고, 23사단의 레이더도 추적해 있는 그대로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파제 인근'이라는 용어가 나온 데 대해 "(방파제 관련은) 합동조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전비태세검열실의 보고서에는 아예 그 부분이 담겨 있지 않았다"며 "삼척항 인근이라는 말 자체가 아예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해수청의 CC(폐쇄회로)TV와 IVS(지능형 영상감시체계) 영상에 잡힌 것을 근거로 '○○시에 삼척항 입항' 이렇게만 기록돼 있다"고 했다. 그는 "PG(언론 가이드라인)에 따랐을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 속이 탄다"고 했다.

감사관실이 중심이 된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경계부대였던 육군 23사단과 동해1함대뿐 아니라 최초 상황을 파악·보고한 전비태세검열실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전비태세검열실은 국방부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이들이 상급 책임 기관인데 '엄중한 조사'를 운운하고 오히려 전비태세검열실을 조사하는 건 주객전도"라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전비태세검열실 조사에 대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2012년 '노크 귀순' 때처럼 '2~3성 장군 징계' 선에서 마무리 지을 것이란 말이 많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노크 귀순과 다르게 축소·왜곡 결정을 누가 내렸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노크 귀순 사건은 일선 부대에서 거짓 보고를 한 것이 문제였지만, 이번 사건은 일선에서 제대로 올라간 보고가 '윗선' 어디에서 왜곡됐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8/2019062800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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