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인 29살 호주 남성이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호주 정부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26일(현지 시각) 호주 외교통상부는 호주인 알렉 시글리가 북한에서 억류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시글리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긴급하게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시글리의 가족들에게 영사 업무를 지원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알렉 시글리가 북한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 캠퍼스 안 외국인 기숙사 인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통일여행사(Tongil Tours)
알렉 시글리가 북한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 캠퍼스 안 외국인 기숙사 인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통일여행사(Tongil Tours)

호주 공영 ABC방송에 따르면, 시글리는 호주 시각으로 지난 25일 오전부터 호주에 있는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시글리의 가족 대변인은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글리가 북한 당국에 체포됐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인 호주인 시글리가 24일 늦게 혹은 25일에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시글리는 2012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호주국립대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 유학 중에 만난 북한학생들을 통해 북한에 관심을 갖게된 터였다. 여러차례 북한을 오가던 그는 2013년부터 ‘통일 려행사(Tongil Tours)’라는 북한 전문 여행사를 설립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북한의 교육 관련 관광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빠르게 한국어를 배운 시글리는 지난해 4월 김일성대학에 입학해 북한 현대문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글리는 트위터를 통해 평양의 건물과 음식 등 북한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게 소개해왔다. 그는 지난 24일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린 사진과 함께 "개업날이 다가오고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사회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2017년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로 세상에 북한 같은 곳은 없다"며 "북한에서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올해 초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북한에서 외식과 패션, 스마트폰을 즐기는 소비자 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호주인이 북한에 억류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호주인 기독교 선교사인 존 쇼트가 억류됐다가 보름 만에 풀려났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풀려나 귀국한지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 1월 갱신한 여행경보에서 "북한 여행의 필요를 재고하라"는 기존 권고를 유지했다. 호주와 북한은 서로 대사관을 두고 있지 않아 서울주재 호주 대사가 북한대사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이 호주의 영사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7/20190627023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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