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영철은 위상 떨어져 역할 조정, 의전은 현송월 담당
시진핑, 北에 식량·비료 내줄듯… 군사교류 재개 논의 가능성"
 

국가정보원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반면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위상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때의 사진·영상 등을 근거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김여정에 대한) 역할 조정이 있어서 무게가 올라간 것 같다"며 "사진을 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김여정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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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대화하는 김여정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지난 21일 평양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시 주석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에서 배웅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장면. /조선중앙TV

실제 김여정은 지난 20일 평양 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식 때 직책상 자신의 상관(上官)인 당 부위원장들과 나란히 도열했다. 군(軍) 서열 1위인 김수길 총정치국장보다도 앞자리에 섰다. 2017년 10월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김여정이 위원으로 승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직 고위 정보 당국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통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비상시 후계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은 그러나 김영철에 대해선 "시 주석 방북 당시 환영 행사에 등장한 것은 맞지만 정상회담에서 빠졌다"며 "위상이 떨어진 것이고 역할 조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외무성의 위상은 올라갔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과거 김여정이 하던 현장 행사 의전 담당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정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한 이후 중국의 대북(對北) 경제·군사적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정원은 "(중국 측에서) 경제 관련 인사와 군 관련 인사가 배석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양측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민생 지원에 초점을 두고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 때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鍾山) 상무부장,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 등 경제와 군 관련 장관급 인사와 동행했다. 경제 분야의 장관급 인사가 시 주석의 방북을 수행한 건 이례적이라고 국정원은 평가했다.

국정원은 또 중국이 구체적으로 식량 및 비료 지원, 대북 관광 확대 방안 등을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정원은 "중산 상무부장이 배석한 것으로 미뤄 대북 관광 요건을 완화해주고, 예술 등 문화 교류를 장려하는 등 우회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중이) 식량·비료 지원 등을 협의했을 것으로 본다"며 "고위급 군사 교류 재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장 무기 거래 등을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군사 관련 행사·회의 참관 등의 낮은 교류로 보인다"고 했다.

시 주석 방북 때 북한이 보여준 '황제 의전' 역시 북·중 밀착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북한의 의전과 환대가 대단했다.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심야에 숙소까지 동행할 정도였고, 27시간 시진핑 부부가 체류하는 동안에 60% 이상의 모든 일정에 동행을 했다"고 했다. 또 "테이블도 중국에 친숙하게 'ㅁ' 자 형태로 배치했고, 폐쇄적 북한식을 탈피해 중국식·서구식을 벤치마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시 주석이 전격 방북을 결정한 배경으로 'G20 정상회의'와 '홍콩 시위 사태'를 들었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홍콩 시위'에서 '평양'으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김정은 역시 시 주석 방북으로 '하노이 회담 결렬'로 실추된 리더십과 권위를 상당히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02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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